듣는 책의 즐거움
듣는 책의 즐거움
  • 김수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지적재조사팀장
  • 승인 2019.03.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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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수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지적재조사팀장
김수연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지적재조사팀장

 

일 년 전 TV 토크 프로를 보았을 때 출연자들의 말솜씨가 여간 아니었다. 황교익, 유시민, 정재승은 워낙 자기의 영역에서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던 사람들인지라 그들의 책을 완독은 못했어도 제목 정도와 내용 등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말이 어찌나 쏙쏙 들어오던지 글보다 말을 더 잘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 중 잘 몰랐던 사람이 김영하 작가였다. 말하는 솜씨가 깊이가 있고 해박하여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발견한 것이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게스트이었다. 그때부터 꼬박 일 년 넘게 김영하가 들려주는 세계의 명작소설들을 만났다. 최근 그의 행보가 바빠서인지 업로드가 더뎌 아쉬움을 갖고 <이동진의 빨간책방>, <다독다독>, <김도연의 책읽는 다락방>, <오디오북 소리소리> 등등 듣는 책방 팟게스트에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만큼 듣는 내내 행복한 시간은 없었다.

작가 김영하가 30분 정도의 분량을 발췌한 세계명작소설을 들을 때의 즐거움은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키득거리면서, 때로는 뜻을 되새기느라 반복해 들으면서 온전히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즐거움은 경험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짜릿함이다.

특히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압권이었다. 17살 청년 마리오가 유명한 시인 네루다의 우편을 배달하면서 마리오 또한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은 해학과 패러독스의 결정판이었다. `메타포'는 소설에 따르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라는 데 이 말을 들은 후 마리오는 자기가 보는 모든 세계에 메타포를 적용해보며 진짜 시인이 되어갔다는 점이다. 가령 `하늘이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린다'고 할 때 누구나 비가 온다는 것을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을 다른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이 메타포이다. 청년 마리오는 메타포라는 단어를 알아버린 후 일상을 사물에 빗대여 표현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또한 네루다와의 대화를 통해 질적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은 내가 듣는 책의 즐거움 속에 빠져드는 모습과 흡사해 마리오가 나와 동일시되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나는 결혼 이후 조선시대 이덕무처럼 책을 즐겨보는 남편과 살고 있다. 남편은 어느 날 내게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볼 수 있는 형편이 되어 행복하다”고 했다. 그것이 무어 그리 행복할까, 말을 듣던 당시에는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어떤 행복감이었는지 알 듯하다.

팟캐스트로 나는 소설의 세계와 다시 만나게 됐다. 이후 전자책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익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어폰을 꽂고 문학의 세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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