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GOP도 첨단 과학화…"24시간 잠들지 않는 경계"
최전방 GOP도 첨단 과학화…"24시간 잠들지 않는 경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3.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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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과학화 경계시스템…매일 24시간 철책 감시
레이더·감시 카메라·TOD·광망 센서 4중으로 감시

"어떤 경우에도 식별…사각지대 단 1곳도 없어"

작은 움직임, 색깔 변화도 감시하는 감시카메라

통문 3㎝만 열려도 경보 울려…빈틈 없는 체계

"남북군사합의에도 GOP 경계 한 치 허점 없어"



"전망대부터 서울은 52㎞, 개성은 31㎞ 떨어져 있습니다. 개성이 더 가깝습니다."



187m 고지에 자리 잡은 상승(常勝) 전망대. 지독했던 미세먼지가 걷힌 뒤 유난히 하늘이 맑았던 전망대에서는 개성 송악산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전망대 한편에 놓인 표지판에 '평양 135㎞, 대전 184㎞' 문구가 이곳의 위치를 이야기해주는 듯 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의 관문을 방어하고 있는 제 25보병사단 GOP(일반전초)부대인 경기도 연천 '상승대대'를 방문했다. 상승대대는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수㎞ 구간의 경계 작전을 담당하는 부대다.



이곳에서는 군사분계선(MDL) 너머로 북한 GP(최전방 감시초소)의 관측탑이 뚜렷하게 보였다. 북한 주민과 북한군이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우근리 마을의 개활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또 지난 1974년 발견한 북한의 남침용 제1땅굴도 불과 730m 앞에 있었다. 이날 북한에는 특이 동향이 없었지만, 끝없이 펼쳐진 남방한계선(SLL) 철책선이 시야에 겹치면서 어딘지 모르게 풍경에 긴장감을 더했다.



남북은 지난해 9·19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내 11개 GP를 시범적으로 철수하면서 'DMZ 평화지대화'를 실현해나가고 있지만, 최전방 상승대대는 이와 별개로 철통같은 경계작전을 유지하고 있었다.



◇레이더부터 광망센서까지 4중 감시·감지…"어떤 경우에도 식별한다"



과거 장병들이 24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육안으로 감시하던 GOP 경계작전은, 지난 2016년 과학화 경계작전체계 도입으로 완전히 개념을 탈바꿈했다.



특히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남북간 GP 철수에도 우리 군의 경계작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국방부는 지난해 군사분야 합의 당시에도 DMZ 남방한계선에 3중 철조망과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축한 GOP가 있어 GP 철수가 경계작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상승대대 지휘통제실에 들어서자, 중앙에 대형 비디오 월(Video Wall)이 눈길을 끌었다. 가로 약 4.5m, 세로 약 4.3m 크기의 비디오 월에는 여러 개 화면이 쉴 새 없이 전방 상황을 비췄다.



지휘통제실에는 레이더나 카메라, 광망 등으로부터 받은 모든 구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 정보는 상급부대인 사단과 군단에서도 동시에 확인 가능하다고 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우리 군의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크게 레이더·감시카메라·TOD(열영상 감시장비)·광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원거리부터 레이더를 통해 특이사항을 감시한다. 레이더는 북측으로 10㎞ 이상도 감시가 가능하지만 필요에 따라 중점 감시 구역을 정해 감시하기도 한다. 레이더가 확인한 정보는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에 취합됐다.



중거리·근거리 감시카메라의 주·야간 감시도 함께 이뤄진다. 수백m 이상을 볼 수 있는 카메라는 24시간 전방의 움직임을 감지해 '경보'를 울린다. 카메라는 미묘한 색 변화와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시 카메라는 1개 카메라가 수백m 구간을 여러 개 화면으로 돌아가면서 촬영하는데, 카메라마다 촬영 구역을 중첩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구축했다. 부대 관계자는 "사각지대가 한 곳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카메라는 추위와 더위 등 날씨에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관측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안개의 경우에는 취약 구간이 발생할 수 있어 레이더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아울러 카메라에 문제가 생기면 자체 보정기능이 있어 바로 정상 작동이 가능하고, 오작동이 확인되면 수리팀이 10분 정도 거리에서 즉각 출동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적외선 등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TOD 장비도 함께 전방 상황을 주시한다. TOD는 수㎞ 떨어진 지점에서도 북한군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10㎞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도 전차와 차량을 구분할 수 있다. 또 야간에도 적외선(IR) 추적장비를 통해 감시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광망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망은 사각형 모양의 그물망으로 돼 있으며, 그물망은 1개의 단일한 선으로 만들어졌다. 철책 전체를 뒤덮고 있는 광망은 절단을 하거나 아주 작은 하중만 가해도 즉각 상황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특히 광망은 1개 선으로 이뤄져 있어 어느 한 구역에만 이상이 생겨도 신호가 바로 지휘통제실로 전해진다.



부대 관계자는 "4중으로 된 레이더, TOD, 중거리·근거리 카메라, 광망으로 어떤 경우에도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에도 경계병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부대는 초소를 주·야간 운용하면서 상황발생 지역에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색대대의 정찰·매복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여러 소초에 경계병이 근무했다면, 지금은 병력이 대기하면서 교육훈련에 집중하고 상황 발생시에만 투입하는 형태로 작전이 주로 이뤄진다.



◇통문 열자 감시 카메라 자동으로 작동…'빈틈없는' 경계 시스템



이날 취재진은 지휘통제실을 나와 남방한계선 철책선 1.2㎞ 구간을 직접 걸으며 감시 카메라와 광망 센서 등을 눈으로 확인했다.



철책으로 향하는 초입에는 프랑스 예술가 장 미쉘 후비오가 지난 2012년 상승대대에 기증한 '평화의 손'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부대 관계자는 "분단 상징인 철조망을 들어올리고, 평화가 오길 바라는 마음 표현했다"고 밝혔다.



'평화의 손' 바로 앞으로 약 3m 높이의 철책선이 동서로 끝없이 펼쳐졌고, 철책선 위로는 그물망처럼 생긴 하얀색 광망이 뒤덮고 있었다. 배수구 등 하단으로 침투할 수 있는 공간까지 광망이 설치됐다고 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상승대대 각 소대는 철책 수㎞를 구간으로 나눠 주·야간 순찰하고 있으며, 철책 이상 유무와 북한군 침투흔 등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 이날 순찰 병력은 순찰을 하면서 철책 상단부까지 직접 광망 이상 유무를 정밀 정검 했다.



철책선에 가까이 다가가자 야생동물로부터 광망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보호망(치킨넷)이 눈에 들어왔다. 또 일정한 간격으로 플라스틱 물병에 담은 동물 기피제가 철책 하단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가끔 야생동물이 광망을 뜯거나 건드려서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고 한다. 부대 관계자는 "고라니, 멧돼지 등이 광망을 물어뜯어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실전적인 훈련을 하는 기회로 삼아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철책을 따라 수백m 간격으로 중거리 카메라와 근거리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이와 함께 야간에도 대낮처럼 밝힐 수 있도록 구간마다 LED 투광등이 설치돼 캄캄한 밤에도 카메라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게 했다.



이날 철책 이동 중 부대원들은 잠시 DMZ로 진입하는 통문(通門)을 열었다. 통문에 설치된 '개폐 센서'가 작동하자마자 원거리에서 카메라들이 통문 쪽을 향해 방향을 돌리며 집중 감시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통문에는 개폐 센서가 모두 설치돼, 문이 3㎝ 이상만 벌어져도 바로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통문이 열리는 동안 다른 쪽의 카메라는 취재진이 움직임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부대 관계자는 "다중적으로 물체가 움직일 경우 큰 물체를 따라가면서 다른 카메라가 중첩해서 '커버'한다"며 "성동격서식으로 와도 모두 감시 및 감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부대의 가장 난코스로 알려진 '천국의 계단'을 지나 철책선 곳곳을 살펴봤다. 구간마다 설치된 크레모아 지뢰와 적의 공격에 대비한 대피호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은 통문을 열고 수색대가 정찰을 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색대가 이중으로 된 통문을 열기 전 양쪽 소초에는 병력들이 경계 작전을 펼쳤고, 감시 카메라 등이 쉴 새 없이 전방의 이상 유무를 감시했다.



정찬환 제25보병사단장(소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와 9·19군사합의에 따라 군 대비태세 허점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이 많지만, 군사적 대비태세, GOP 경계태세에는 한 치의 허점도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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