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무
돈나무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3.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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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봄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쬔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산세베리아, 러브체인, 인삼 팬다, 동양란 등이 활기를 되찾았다. 여러 화분 중에서 유난히 관심을 두고 있는 나무가 있다.

친정엄마 생신 때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 후에 모두 우리 집으로 왔었다. 큰 언니가 집안을 들러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 집에 화초들도 많은데 왜 돈나무가 없니?”라며 말을 꺼냈다. 금전수라는 나무가 있는데 잘 키우면 집 안에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 자리에 있던 가족들이 당장 금전수를 사러 가자고 너스레를 떨며 웃음꽃을 피웠다.

다음날 나는 득달같이 꽃집으로 향했다. 겨울이라 금전수를 사기란 쉽지 않았다. 여러 곳을 돌아 겨우 하나 장만했다. 그 금전수가 거실에 떡 버티고 서 있다.

금전수는 꽃잎이 동글동글하고 잎은 마주난 모습이다. 잎이 돈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금전수라고 지었나 보다. 금전수는 열대식물로 추위에 민감하고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며 깨끗한 공기가 있어야 잘 자라는데 물은 자주 주면 안 된다고 했다. 특히 담배 연기는 금물이란다. 금전수를 들여온 이후로 나의 신경은 온통 그곳으로 향해 있었다.

날씨가 추우면 방안에 두었다가 햇볕이 따뜻하면 베란다로 왔다 갔다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추위에 약한 나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겨울에 사 왔으니 잘 자라기 바란다는 것은 나의 욕심이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괜히 발만 동동 굴렀다. 그깟 돈이 뭐길래, 돈이 들어온다는 말에 이렇게 마음조이고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다. 한 달가량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달한다고 해서 잘 자라는 게 아니리라.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죽으면 할 수 없고 다행히 살아주면 고맙게 생각하고 관심을 끊기로 했다.

봄이 되어서야 뿌리를 내린 금전수는 싱그러움을 뿜어내고 있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날이 갈수록 연초록빛 잎은 윤기가 흘렀다. 그런 금전수의 모습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금전수가 잘 자라서 그런지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고, 돈이 들어오는 것도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나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잘 듣는다. 행운이 들어온다고 해서 행운목도 키워봤다. 산세베리아는 공기를 맑게 하여 공부하는 학생들 책상에 놓아주면 공부가 잘된다는 말에 지금도 키우고 있다. TV에서 뭐가 좋다는 말만 들으면 사람들은 다 따라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이러한 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도리어 삶의 작은 활력소가 되어 긴장하게 만들어서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게 되니 도를 넘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힘도 길러야 한다.

오늘도 금전수 덕분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과 설렘 속에 또 하루를 시작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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