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혁신의 조각그림 맞추기
학교혁신의 조각그림 맞추기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3.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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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아주 먼 옛날, 어느 숲 속에서 새들의 깃털 경연이 있었다. 산새, 들새, 강에 사는 새, 바다에 사는 새 등 모든 새들이 날아왔다. 까마귀도 가려고 연못에서 깨끗하게 씻었지만, 아무리 씻어도 칙칙하고 검기만 했다. 속이 상한 까마귀가 낙심한 채 앉았는데, 연못 주변에 새들이 떨어뜨리고 간 아름다운 깃털들이 보였다. 까마귀는 다른 새들의 깃털을 모아다 몸에 붙이기로 했다. 다른 새들의 깃털을 자기 것인 양 붙이고 나타나 뽐을 내다가 까마귀는 망신만 당한 채 쫓겨났다.

작년,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학교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학교장의 권위를 내려놓고, 권한을 교사, 학부모, 학생들과 나누며, 수업을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수업과 교육을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지역과 학교가 서로 교류하는 학교로 변화하려는 학교 혁신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노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교사양성대학의 교수로서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

혁신을 수용한 학교들은 저마다 시작의 계기는 달랐다. 학생 수 감소, 폐교의 위기, 수업과 교사 조직의 형식화 등등 처한 여건과 상황은 모종의 출발점으로 작용하였다. 어떤 학교는 혁신의 이념부터 공부하고, 어떤 학교는 교육과정부터 바꾸고, 또 어떤 학교는 연수를 열심히 받는 등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달랐다. 하지만 수업을 바꾸어 학교를 바꾸려는 도전을 했다는 점은 모든 학교가 공통적이었다. 수업의 변화는 교과서를 재구성해가며 활동을 만들어가는 것, 교과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특별활동을 개발 운영하는 것으로 크게 양분되어 나타났다.

구체적인 학교의 모습을 들어다 보니, 어느 학교는 학생도, 교육과정도, 수업도, 교사도 생동하며 약진 중이었고, 성장하는 교사, 변화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감동하고 있었으며, 어느 학교는 소진증후군을 앓는 것처럼 교사들이 지쳐있었고, 또 어느 학교는 민주적 학교 운영, 배움 중심 수업이라는 미명 하에 규정을 무시하는 교사들에 대해 학교장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왜 어느 학교는 소위 잘 되고, 어느 학교는 엇박자로 어려움을 겪을까?

그 비결은 내 것으로 소화했는지, 아니면 여전히 남의 깃털 가져다 붙이듯 임시방편으로 가져다 쓰는 지가 주요했다. 소화했다는 증거는 해당 학교교육과정으로 안착되어 지속가능성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에 대한 엄밀한 진단은 학교 구성원의 기대와 역량, 학교와 지역사회 상황과 여건을 모두 포함한다.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변화를 열심히 도모한 학교는 지치지 않으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는 여유 있는 혁신을 도모하고 있었다. 타 시도, 타 학교의 아름다운 성공 사례를 심사숙고 없이 가져다 쓰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엇박자가 나게 됨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혁신은 조각을 맞추어 큰 그림을 맞추는 과정과 비슷했다. 나는 자동차 그림을 맞추는 중인데, 옆 사람이 맞추는 꽃 그림 조각이 예쁘다고 가져와봐야 내 자동차 그림만 망칠 뿐이다. 내가 자동차를 맞추는 지, 꽃을 맞추는지 큰 그림을 보고 작은 조각을 맞춰가는 것 그것이 혁신의 실천이었다. 다른 새의 깃털을 자기 깃털인양 뽐내다가 망신을 당한 까마귀가 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분석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혁신은 반성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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