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일괄타결' 굳히는 美…북미 간극 더 멀어지나
'비핵화 일괄타결' 굳히는 美…북미 간극 더 멀어지나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3.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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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단계적 비핵화 염두에 둔 적 없다"
"영변으로 불충분" ICBM·핵탄두 폐기 주목

"北 입장 정리 시간 필요…하반기 재개 예상"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비핵화 협상 입구 문턱이 또다시 높아졌다. 양측은 대화의 끈은 놓지 않고 있으나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주최 국제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서 "미 행정부는 단계적 비핵화를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북한의 점진적인 비핵화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과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 협상만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협상 전략이 지난달 하노이 회담 이후 수정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평양 실무회담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와 관련한 상당하고 검증 가능한 진전과 과감하고 현실적인 조치가 2차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물론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를 완전히 파악해야 하고, 핵물질과 미사일을 확실하게 파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언급할 때 '최종적'이라는 표현 대신 '상당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단계적·동시적 진전을 가시적 목표로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회담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도 굉장히 큰 것이지만 (비핵화 협상에) 충분하지 않다"며 비핵화 협상의 판을 키울 것을 예고했다. 여기에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해야 밝은 경제적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가세하며 북한을 향해 '일괄타결'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모진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변 폐기-제재 완화 프레임마저 동력을 잃은 만큼 양측은 새로운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플러스알파(+α)'를 제시하며 단계적 비핵화 진전을 원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미국은 단계적 비핵화 방식의 협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북한이 또다시 높아진 허들을 넘기 위해 미국에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되는 과거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다음 협상 카드로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미가 과거핵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제재해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치게 됐다"며 "여기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소 진통을 겪을 수 있겠지만, 판이 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일괄타결'을 촉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2021년 1월 첫 임기가 끝나기 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 서로 파는 물건 자체가 다른 상황이다. 미국은 전체적인 로드맵을 요구하는데, (비핵화 초기 조치 카드만 가져온) 북한이 (미국의) 로드맵을 받느냐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북한이 받는다고 해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순순히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미가) 입장이 정리된다면 대화는 재개될 것"이라며 "1~2달 안에는 쉽지 않을 거고, 하반기는 돼야 실질적 대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간다고 했으니 대화 재개 가능성은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며 "비핵화를 하려면 이 난관을 계속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사기친 것은 아니다. 북한은 현실적 대안을 갖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고, 미국은 상응조치를 제때 하면서 (협상)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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