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인재
우물 안 인재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3.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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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인재 논쟁이 여전하다.

지난해 무상급식 분담비율로 시작된 인재 전쟁이 수개월째 합의는 둘째치고 감성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기관장들의 생각이 제자리다 보니 두 기관이 가동하고 있는 테스크포스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올해 처음 시행된 고교무상급식 학교 현장 방문 행사가 열린 12일 청주고에는 김병우 충북교육감만 참석했다.

이날 두 기관장이 함께 학교급식실에서 식사하는 보기 좋은 그림을 기대했지만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두 기관장이 벌이는 고래 싸움에 오송고가 때아닌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됐다. 오송고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 소재한 자율형공립고인데 두 기관장의 성에 안 차는 지 명문고 육성에 거론조차 되지 않으니 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유령 취급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오송고 모 교사는 학부모들이 얼마나 불안한 지 “우리 학교 어떻게 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당황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할 AI(인공지능) 인재가 없다고 전 세계가 위기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시종 충북지사와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명문고에 대한 동상이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3년 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의 바둑경기를 지켜볼때만해도 지자체나 시도교육청 너나 할것 없이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이 지난달 경기도 성남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포럼에서 일본 특허청 자료를 인용해 국가별 AI 특허 비율을 발표했다. 미국이 4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19%), 일본(15%), EU(10%)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3%에 그쳤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AI가 글로벌 경제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고, 2030년까지 13조달러(약 1경4600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IT 기업 텐센트와 구인 사이트 BOSS가 공동으로 작업한 `2017 글로벌 인공 지능 인재 백서'에 따르면 미국의 AI 인재는 1만2027명으로 나타났다. 영국 2130명, 캐나다 1431명, 프랑스 1034명이었지만 한국은 180명에 그쳤다. 세계의 AI 관련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의 수는 약 100만명이지만 실제 활동하고 있는 인력은 약 30만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AI 과목을 추가했다. 물론 대학은 AI 관련 학부 및 전공학과를 대폭 신설했다.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2년전 세운 글로벌 디지털연구소 다모위안에 약 17조원을 투자해 인력 2만5000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도`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해 해외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까지 AI를 포함한 ICT 분야의 인재를 4만 8000명 가량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전문가는 절실한데 인력이 부족하니 국가별로 전쟁을 벌이는 것도 당연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4일 국내 인공지능 인력을 양성하겠다며 고려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등 3곳을 AI대학원으로 선정하고 이들 대학에 5년간 9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도 AI 인재 전쟁에 뒷북을 치고 있는 마당에 도교육청과 지자체 마저 우물 안 인재 논쟁을 벌이고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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