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이 비싼 이유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이 비싼 이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3.11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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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지난 주말 한 언론사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들이 맛없고 비싼 이유를 고발했다. 문제는 비싼 임대료였다.

보도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5000원짜리 우동의 재료비는 1200원으로 음식값의 24%에 불과했다. 국내 한 프랜차이즈 분식점의 우동값과 비교해보니 재료비는 135원이나 덜 쓰고, 우동값은 1000원이나 더 비쌌다. 호두과자 입점 업체의 경우 비싼 임대료 때문에 5000원짜리 호두과자 세트 하나를 팔아서 손에 쥐는 수익금은 5%인 250원에 불과했다.

기자가 휴게소 식당과 매점 101곳에서 파는 음식들의 원가 자료를 분석해 봤는데 입점 업체들의 평균 임대 수수료가 무려 전체 음식값의 절반에 가까운 47.5%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휴게소에서 내는 음식값의 절반이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나 도로공사와 계약을 맺은 휴게소 운영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임대 비용인 셈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비싼 임대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대전 중구)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5개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166개 휴게소가 임대로 운영되고 있는데 전체 입점 업체 1764곳 가운데 62.8%인 1107개 업체가 매출액 대비 30%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이중 전체의 34.4%(605개소)는 41~50%의 수수료를 내고 있었으며 매출액의 절반 이상(51% 이상)을 수수료로 내는 업체들도 185곳(10.5%)이나 됐다.

가장 비싼 수수료를 내는 음식업소의 경우 무려 58.5%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만원 짜리 음식을 만들어 팔 경우 원가의 58.5%인 5850원이 임대료인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는 소비자들은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식값보다 최대 2배까지 비싼 값을 치르는 불합리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 대부분이 한국도로공사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가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는 점을 들며 원성을 높였다.

휴게소를 찾는 국민에게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할 도로공사가 임대료 장사에 눈이 멀어 되레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한국도로공사는 1969년 설립돼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고속도로의 신증설과 관리가 주 업무다. 2015년 말 현재 31개 노선, 3872km를 관리하고 있다. 공기업답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그중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 유가족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고속도로 장학재단'이 눈에 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5374명에게 74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1인당 137만원꼴로 적지않은 돈이다. 이 밖에도 낙후지역 어린이를 위한 도서 매칭 사업, 국외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다양한 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돈이 소비자인 고속도로 이용객들과 입점 업체들을 털어 모아진 것이라면 전혀 달가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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