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고인 물은 썩는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19.03.10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고인 물은 썩는다'

음성군 음성읍내 일부 홍보 게시대에 어느 날부터 갑자기 걸려 있는 플래카드의 문구다.

길을 지나다 이 플래카드를 본 주민들은 뜬금없는 플래카드 문구에 일부는 고개를 `갸우뚱', 일부는 `끄덕'인다.

플래카드에는 버젓이 `고삼식'이라고 실명을 공개해 놓았다.

고삼식씨는 음성·소이·원남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꽤 인지도가 높은 주민으로 특히 음성농업협동조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음성농협조합 대의원, 이사, 감사 요직을 모두 거친 베테랑 조합원이다.

비록 낙선했지만 한때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던 이력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는 음성농협 감사로 활동하면서 현 조합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가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서 역으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 주민들은 고삼식씨가 갑자기 플래카드를 내건 이유를 쉽고 편하게 해석하고 있다.

제2회 전국동시농협조합장선거와 무관한지 않다는 데에 한 치 오해 여지가 없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조합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감행한 행동이라는 것에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뜬금없는 행동에 일부 조합원들은 3선에 도전하는 현 조합장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며 그의 행동을 치켜세우고 있다.

당사자 고삼식씨는 “내가 건 플래카드는 이번 조합장 선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깨끗한 사회정화를 위한 계몽운동 일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삼식씨는 이번 음성농협조합장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플래카드의 문구내용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번 제2회 전국동시농협조합장선거 농협뿐만 아니고 축협, 산림조합도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를 치른다.

음성군은 30명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7개 농협조합장선거에만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3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음성축협조합장선거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음성축협도 조합장의 비리 의혹을 고발한 노조와 현 조합장 간 내홍이 일면서 선거 직전인 최근까지도 법정싸움을 벌이는 등 꽤나 시끄러운 상황이다.

그래서 농협과 축협의 모든 조합원을 망라한 일반 주민들까지도 이번 동시조합장선거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의미는 `장기 집권하면 부패한다'라는 말과 상통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무척 의미심장한 말이고 어깃장 놓는 말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작게는 농·축협, 은행, 공공기관 등에 오랫동안 수장의 자리에 앉아 있다가 패가망신한 인물들을 수없이 보아 왔다.

그들의 패가망신 주원인은 대부분이 집권 남용과 부정부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