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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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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강제퇴출 제도 철회돼야
오 헌 세 <논설위원>

정부가 총액인건비예산제도를 도입하면서 "인건비를 많이 절약한 지자체는 인센티브를 주고 미흡한 지자체는 패널티를 주겠다"고 하니 지자체장들이 치적을 쌓기 위해서 공무원 강제퇴출을 하겠다고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모든 일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직장의 안정이 없으면 그 직장의 발전을 위해 정열을 바쳐 일하기보다는 퇴출되었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신경을 더 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를 맞자 '작은정부'를 주창하며 가장먼저 단행한 것이 공무원 구조조정이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1만여명을 강제 퇴출시켰다. 당시 정부가 공무원을 강제 퇴출시키면서 정부의 지급준비금 없이 공무원연금만으로 퇴직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공무원연금을 고갈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청와대 및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공무원을 대폭 증원시켜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정부에서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도입한 BSC(Balanced Score Card)가 무엇인가. BSC란 '조직의 사명과 전략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측정지표로 바꾸어주는 틀'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들이 도입한 무형자산 평가시스템이다. 이것은 과거성과에 대한 재무적인 측정지표를 통해서 미래성과를 창출하는 측정지표이다. 재무·고객·내부프로세스·학습과 성장 등 4분야로 구분하여 기업별 특성에 맞는 지표를 선정하고 각 지표별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하는 것이다.

정부도 기업과 같이 보고 성과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며, 성과측정결과에 따라 봉급도 차등지급하고, 성과가 미흡한 공무원은 강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업무가 기업과 달리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BSC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성과지표의 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계량화할 수 있는 업무가 많지 않고, 업무의 종류도 너무 많아 성과지표를 개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설사 성과지표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업무가 다양해서 다른 사람과의 객관적인 비교평가가 어렵다. 또한, 업무별 난이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 또한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이미 행정자치부는 BSC를 도입하기 위해서 1998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공무원의 업무가 너무 복잡 다양하여 성과지표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BSC를 도입하여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공무원을 강제 퇴출시키는 것이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득이 되는 일인가. 현재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한 GE는 거의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고 종신고용제를 철칙으로 여긴 도요타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GE 뿐만 아니라 시어즈사에서도 일본의 고용제도가 서구의 성과급적 연봉제도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키겠다고 하는데 공무원은 결코 무능하지 않다. 공무원의 강제퇴출은 오히려 공직사회의 갈등을 조장하여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없는 구조 하에서의 평가는 주관적이므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인사권자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지자체 장의 사병으로 전락하여 선거에 개입하는 등 공직사회는 부정부패로 얼룩질 것이다. 부정부패한 공무원, 업무를 태만히 하는 공무원, 국민에게 지탄받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을 강화하여 이러한 자만을 강제 퇴출시키더라도 그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장은 득보다 실이 많은 강제 퇴출제도 도입을 즉각 철회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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