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까지 포기” 일상도 바꾼 미세먼지
“취미까지 포기” 일상도 바꾼 미세먼지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9.03.06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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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등산·낚시 … 야외활동 엄두도 못내
실내 풋살장은 미세먼지 기승때 되레 예약률 급증
6일 코레일 직원들이 대전역에서 승강장 물청소를 하고 있다. 코레일은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부터 이용객을 보호키 위해 물청소 횟수를 늘리고 공조설비 등 환기설비에 대한 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코레일 제공
6일 코레일 직원들이 대전역에서 승강장 물청소를 하고 있다. 코레일은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부터 이용객을 보호키 위해 물청소 횟수를 늘리고 공조설비 등 환기설비에 대한 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코레일 제공

 

“취미 활동이요? 미세먼지 때문에 엄두조차 내지 못해요.”
두문불출(杜門不出). 연일 하늘을 가득 메우는 뿌연 미세먼지가 일상 속 풍경을 뒤바꿔 놓았다.
‘잿빛 하늘’, ‘숨이 턱 막히는 탁한 공기’. 고농도 미세먼지 탓에 바깥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짜증 섞인 푸념을 내뱉고 있다.
직장인 조모씨(29·청주 흥덕구). 조씨는 평소 역동적인 취미생활을 즐긴다. 자전거 라이딩부터 마라톤, 등산에 이르기까지 안 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쉬는 주말마저 듀애슬론(철인 2종 경기) 대회에 쏟아 붓는 그다.
하지만 근래 들어 조씨는 모든 야외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하루가 멀다고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세먼지에 맞설 용기가 나지 않았던 까닭이다.
“정말 답답하네요. 퇴근 후나 휴일에 밖으로 나가 운동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미세먼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좀이 쑤신다’는 말이 절로 체감되는 요즘이에요.” 결국 조씨는 실내 암벽등반으로 취미 종목을 바꿨다.
미세먼지는 강태공마저 울리고 있다. 따뜻한 봄철,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꾼’들은 낚시터 대신 집에서 용품만 매만지고 있는 처지다. 
배스 낚시를 즐겨하는 이모씨(34·청주 서원구)는 방 한구석에 놓인 낚시용품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배경에는 물론 미세먼지가 자리한다.
한 번 나가면 온종일 밖에 있어야 하는 레저 활동인 낚시에 미세먼지는 ‘최고의 적’이다. 예년 같으면 저수지 곳곳을 누비며 조과를 올렸겠지만, 요즘 이씨는 집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손맛이냐, 건강이냐’. 고민을 거듭하던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건강을 택했다. 조황이 좋아지는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겨우내 사 모은 낚시용품은 당분간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겨울이 지나면 손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어요. 뿌연 하늘을 생각하면 밖으로 나갈 마음이 사라져요. 낚싯대만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지치네요.” 이씨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실내 낚시터에 다니고 있다.
미세먼지는 스포츠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장 형태가 ‘안이냐 밖이냐’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이 결정된다.
일례로 미니 축구인 이른바 ‘풋살’업종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청주 서원구 한 풋살 클럽은 미세먼지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 구장 자체가 실내여서 예약 취소와 같은 일도 극히 적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되레 예약률이나 교육 수강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실외구장은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실외구장 2곳을 운영하는 흥덕구 봉명동 태극전사풋살장은 예약률이 반 토막이 났다. 해당 구장은 하루 최대 4~5팀을 수용해왔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월평균 120여팀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극심해진 시점부터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윤충희 대표(65)는 “미세먼지가 없으면 날씨가 춥고, 또 날씨가 따듯하면 미세먼지가 몰려오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제 상황까지 나빠진 데다 미세먼지까지 겹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미세먼지 공습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코리아 환경부 대기환경정보는 7일과 8일 충북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1월 1일~3월 5일) 들어 충북에 내려진 초미세먼지(PM2.5) 경보·주의보는 모두 35차례다. 미세먼지(PM10) 주의보는 10차례나 내려졌다.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태다.
 
/조준영기자
reas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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