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3.06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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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이 성 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아랫녘에서 꽃소식이 들리기에 먼 곳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마음도 꽃 따라 남쪽으로 향하는 사이, 냉이꽃이 발밑에서 활짝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봄, 여기도 봄이라고.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바람의 길을 따라와 노랗게, 하얗게, 붉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많은 봄 앞에 두 손을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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