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초 잎이 희게 변하는 이유는
삼백초 잎이 희게 변하는 이유는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3.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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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올겨울의 추위는 봄 날씨 같았다.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아 몇 년을 벼른 해 묶은 숙제를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나의 선친이 심어 놓은 삼백초 밭이 칡덩굴과 잡초와 덤불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 수십 미터씩 뻗어나간 칡 줄기를 따라 뿌리 내린 부분마다 손 곡괭이로 제거한 다음 삼백초를 캐기 시작했다. 입춘이 막 지났다고 하지만 맨땅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삼백초 밭은 십여 년 동안 쌓인 낙엽이 보온 덮개 역할을 해서 얼지 않아 다행이다. 쇠스랑 한번 찍어낼 때마다 하얀 삼백초 뿌리가 얼기설기 얽혀서 딸려 나온다. 가끔씩 굵은 칡뿌리도 나오는데 캐내어 칡차용으로 모아둔다. 하얀 삼백초와 달리 가끔씩 나오는 까만 고사리 뿌리도 따로 모아 고사리 밭에 옮겨 심고, 밭둑의 느릅나무에서 뻗어 나온 뿌리는 약용이니 이 또한 따로 모아 둬야 하고, 도대체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 캔 것들은 오늘 씻어서 말려야겠기에 좀 차지만 삼백초 뿌리 씻기에 도전한다.

찬물 속에서도 전해오는 야릇한 냄새. 삼백초 너는 누구냐?

삼백초는 땅속줄기로 겨울을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삼백초과 삼백초속의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종이 있는데 한 종은 양삼백초로 북미에 자생한다. 삼백초는 동아시아에 자생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지리산 일부 지역에서 자라는데 다른 식물과의 경쟁력이 약해 서식지가 줄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식물 중 하나이다. 뿌리, 잎, 줄기 전체를 약용으로 사용하기에 요즘은 중국에서 들여와 재배하기도 한다. 울릉도에 사는 약모밀보다 키가 크고 꽃차례가 길다. 그리고 고약한 냄새가 적다.

줄기와 잎은 녹색인데 6~8월 흰 꽃이 필 때쯤 줄기 일부와 꽃 아래의 잎 두세 장이 희게 변한다. 뿌리, 잎, 꽃 세 부분이 흰색이라고 삼백초라고 불린다.

그런데 왜 녹색이던 잎이 흰색으로 변할까?

모든 생물종은 본능적으로 후손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 후손을 남기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동물들의 짝짓기 시기에 나타나는 혼인색처럼 식물들도 일종의 혼인색이 나타난다. 보통 식물들은 물과 바람 그리고 벌레를 이용하여 꽃가루를 이동시킨다. 그중에 주로 곤충을 이용하는 식물들은 곤충들을 유혹하여 끌어 모으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사용한다. 개다래의 경우 무성한 덩굴과 잎 때문에 꽃이 피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꽃이 피는 시기에 잎의 색을 하얗게 변화시켜 곤충의 눈에 잘 띄게 한다. 쥐다래는 개다래 보다 더 화려한 분홍색을 띠는데 수분이 끝나면 다시 녹색으로 변하여 광합성을 하게 된다. 삼백초 역시 꽃이 피는 시기에 잎의 색을 변화시켜 곤충을 유혹하고 수분이 끝나면 다시 녹색으로 되어 광합성을 하게 된다. 식물들의 기발하고 처절한 번식 전략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삼백초. 칡덩굴과 잡초에 묻혀 근근이 살아왔지만 없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 많은 것을 캐서 무엇에 쓸까? 캐어내도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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