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쇼크' 시민들 셀프감금…"감옥이 따로 없다"
'미세먼지 쇼크' 시민들 셀프감금…"감옥이 따로 없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3.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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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최초 엿새째 비상저감조치
"환기한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나"

"한창 뛰어놀 아이, 밖에도 못 나가"

"정부, 외교만 신경…국내엔 무관심"



"한창 뛰어놀 3살짜리 아이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도 못하니 너무 미안해요. 한마디로 그냥 재앙 같은 상황입니다." (30세 김정연씨)



수도권에 사상 처음으로 엿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6일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스스로 가둔다는 의미의 '셀프(Self) 감금'이란 말이 고유명사처럼 사용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일상을 이어나갈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정부는 중국과 외교로 해결이 안 된다면 공기청정기를 보급해주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직장인 이정훈(30)씨는 "집에서 창문을 열고 환기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요즘은 시청 앞에 거대 공기청정기가 설치됐으면 좋겠다는 망상까지 한다"며 "정부가 외치만 신경 쓰느라 국내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실내에서 일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종일 미세먼지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동카트를 타고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바깥에서 근무하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눈이 뻑뻑하고 목도 간지럽다"며 "그런데 마스크를 끼면 화장품이 다 묻어나는 데다, 얼굴을 가리고 장사하기가 꺼려지는 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씨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유동인구가 갑자기 줄어든다"며 "오늘도 평소의 3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장사가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환경미화원 이모(40)씨는 "밖에서 근무하니 마스크를 끼긴 하지만 호흡하는 데 지장이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가올 봄을 기대하며 야외에서 즐기는 데이트도 그저 희망사항이 됐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윤모(27)씨는 "여자친구가 성북구에 살아서 근처 북악스카이웨이를 걷고 함께 한강에서 보드도 탔었다"며 "그런데 요즘엔 데이트 코스가 식당이나 카페 등 실내로 제한돼서 다소 무료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모(27)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매하긴 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면 대화가 잘 안 돼서 안타깝다"며 "결혼한 친구들도 아이들 건강이 안 좋아질까 봐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한창 실외 활동을 즐길 청소년들의 답답함은 더욱 컸다.



구로중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15)군은 "축구, 배구, 농구를 다 좋아하는데 교실에만 있어야 한다. 야외 수업도 거의 안 한다"며 "답답하고 나가고 싶다"고 했다.



같은 학교의 박승표(13)군은 "어제 개학하고 나서 첫 체육수업이었는데, 그냥 교실에서 진행됐다"며 "앞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강당에서 수업한다고 들었다. 축구는 운동장에서만 할 수 있는데 빨리 미세먼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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