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매 맞은 은행들
몰매 맞은 은행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3.04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서민을 등쳐 먹는 도둑들. 어느 누리꾼이 은행을 두고 한 말이다. 엊그제 국내 은행들의 이자 이익(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금액)이 40조3000억원으로 역대급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비난성 댓글을 단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3일 2018년 국내 은행 영업 실적을 발표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인터넷은행, 특수은행 등을 모두 합친 전체 국내 은행의 당기 순이익은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가 증가했다. 은행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1년 새 두자릿수, 더구나 20%대 이상 급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고성장세는 과거 금융위기 때 적자였다가 흑자 전환으로 하거나 실적이 매우 나빠졌다가 정상적으로 회복한 경우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이렇다 할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은행들이 호실적을 거뒀다. 대출액이 급증한데다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예대 마진이 크게 불어난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공간이 뜨겁게 달궈졌다. 누리꾼들이 관련 기사들을 보고 댓글을 단 것이다. 한 중앙 언론사의 기사에는 3일 하루에만 1300여건의 댓글이 올려졌고 기사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표정 게시 건수도 1700여건에 달했다.

대부분 은행을 성토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표정 반응을 올린 누리꾼들의 경우 전체 1721건 중 화가 난다는 반응이 1607건으로 93%, 슬프다는 반응이 11건, 후속 기사를 올려달라는 반응이 31건으로 95% 이상이 압도적으로 은행의 `고수익 행진'을 마뜩찮게 생각했다.

댓글 내용도 대부분 비판적이었다. 특히 은행들의 `불공평한'예대마진 챙기기에 원성이 높았다.

`적금 이자는 개미 코딱지만큼 주고 서민들엔 폭탄 대출 이자', `대출 이자가 예금 금리의 2배가 넘는 시대', `서민, 중산층 상대로 이자 놀이하는 은행', `은행은 허가받은 고리대금 업자'등등.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은행의 수익 구조를 비판하는 댓글도 많았다. `(한국은행에서) 1% 대로 빌려서 4% 대로 담보 대출해주니 가만히 앉아서 1년에 3%씩 챙기는 장사', `손쉬운 담보 대출만 해주고 신용 대출은 외면', `검증은 신용보증재단에 맡기고 기업 대출엔 인색'등.

집값 안정을 빌미로 지난해 대출 금리를 인상한 금융 당국을 성토하는 댓글도 있었다.

`대출은 갑자기 아프거나 학자금이 없거나 사업상 돈이 막히거나 생활이 어려울 때도 하지 않나요. 대출로 집 사는 거 막자고 이자 올려버리면 서민들은 어떡하나요…(중략) 대출 이자 갚느라고 외식, 옷 기타 등등 다른 생활은 꿈도 못 꿔요. 이러니 식당 옷집 등 다 장사가 안됩니다. 생활이 팍팍해졌어요…'.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거두면서 성과급 잔치에 신이 났을 은행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