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당시 무슨 일이 있었나…북미 충돌 재구성
하노이 회담 결렬 당시 무슨 일이 있었나…북미 충돌 재구성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3.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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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변 모든 시설, 美 전문가들 입회 하에 영구 폐기하겠다"
美 "영변만으론 안 돼…굉장히 규모 큰 다른 핵시설 있지 않나"

北 "영변 폐기가 양국 현 신뢰 수준 볼 때 최대 비핵화 조치다"

美 "생화학 무기, 미사일까지 '빅딜'하면 엄청난 미래 주겠다"

北 "유엔결의 중 인민생활 지장 주는 5건만 해제해주면 된다"

美 "그건 전면적인 제재 완화와 다름없고 들어줄 수가 없다"



지난달 28일 하노이 회담이 끝난 이후에도 북미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진실 게임 성격의 장외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배경으로 지목되는 '영변 핵시설 폐기+α(플러스알파)'와 대북제재 완화 수위를 둘러싸고 북미간 쟁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합의가 무산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이어 열린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의 반박 기자회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인터뷰 내용 등을 보면 당시 북미가 충돌했던 과정에 대해 대체적인 복기가 가능하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은 공방을 보면 비핵화 정의부터 범위까지 간극이 명확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곧 비핵화라고 봤고 미국은 영변은 비핵화의 일부분이라며 이른바 '영변+α'를 요구했다.



우선 북한은 자신들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비핵화 조치가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영호 외무상은 지난 1일 멜리아호텔에서 가진 심야 긴급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폐기한다고 제안했다"면서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딛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최선희 외무상 부상도 "우리가 (미국에) 제안한 것은 영변 핵단지 전체에 대한 영구적 폐기다. 여기에서 실행할 때에는 미국 핵전문가들이 와서 입회하게끔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준비가 안 됐다. 1단계 수준의 영변 핵 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순 없었다"며 "쉽게 협상 레버리지를 버릴 순 없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 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 시설이 있다"며 "(합의에) 미사일이 빠지고, 핵탄두와 무기체계가 빠져서 합의를 못 했다. 목록 신고 작성 등에 합의를 못 했다"고 북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볼턴 보좌관의 상황 설명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는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대통령은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들을 포기하는 비핵화 '빅딜'을 계속 이야기했다. 그는 김정은에게 문서 하나를 건넸다. 실제로는 한국어와 영어로 된 문서 두 장이었다. 거기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비핵화 조치들)이 제시돼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게)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줄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업 경험으로 판단한 좋은 위치의 부동산(well-placed piece of real estate)을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그런 제안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질문에 볼턴 보좌관은 "그(김정은)는 밖으로 나가버렸다(He walked away from it)"고 전했다.



또 영변 핵시설 비핵화의 범위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북한은 영변 전부를 내놨다고 했지만 미국은 일부만 내놨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부상은 2일 오전 멜라니아호텔에서 일부 한국 언론과 만나 '영변을 다 내놓는 게 확실한가'라는 질문에 "명백히 했다"면서 "영변 핵시설 일부가 아닌 전부 폐기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재확인했다.



반면 볼턴 보좌관은 미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은 것은 "노후된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일부가 포함된 영변 핵시설과 관련된 매우 제한된 양보였다"고 반박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서도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전면해제'라는 미국의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원했으나 미국은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힌 반면, 리용호 부상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해제, 유엔제재 결의 총 11건 중 5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북한이 일부 해제를 주장한 민생 관련 대북제재 5건이 돈줄을 옥죄는 경제적 조치를 담고 있어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미 간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치와 서로 계산법이 다른 만큼 비핵화 개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북미대화 재개는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북미가 서로 판을 깨자는 식의 비난은 삼가고 절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낙관하고 있으며, 계속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 본인도 최종 딜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열린 회의는 그런 역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북한 수뇌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조선중앙통신은 1일 "70여년의 적대관계 속에서 쌓인 반목과 대결의 장벽이 높고, 북미 관계의 새로운 력사를 열어나가는 여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들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북미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하여 사의를 표했다"면서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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