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출신 6인 독립선언서 낭독 타올랐던 `함성' 꺼져가는 `기억'
충북출신 6인 독립선언서 낭독 타올랐던 `함성' 꺼져가는 `기억'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2.27 2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급점검] 3 · 1운동 100주년...기억의 공간 이대로 좋은가
지역 대표 애국지사 14명 중 4명만 기념시설 갖춰 기려
삼일공원 민족대표 5인 동상·항일독립운동기념탑 고작
이마저도 옛 日 신사 부지 관련성 … 재조성 필요성 제기

 

충북의 3·1운동을 기리는 대표 공간인 청주 삼일공원에 민족대표 5인의 동상과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충북의 3·1운동을 기리는 대표 공간인 청주 삼일공원에 민족대표 5인의 동상과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① 기념 공간이 없다.
② 기념행사로 그치는
③ 다시 100년... 무엇이 필요한가

조국의 독립을 요구했던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를 맞은 올해는 전국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충북 역시 민관단체가 협력해 풍성한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매년 그날만 기억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면서 100주년을 맞은 오늘 새로운 방식으로 3·1운동을 기념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격렬한 시위를 벌인 충북의 3·1운동은 기억할 만한 장소가 많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3회에 걸쳐 충북의 3·1운동을 뜻 깊게 기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3·1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충북이다.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 중 6명이 충북 출신이고, 가장 오랫동안 3·1만세운동을 펼친 지역도 충북이다. 이는 다른 지역보다 독립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충북에선 괴산과 음성, 청주와 보은, 영동 등을 중심으로 60여 차례가 넘을 정도로 격렬한 운동이 전개됐다. 3·1운동과 관련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 20일 공개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3·1만세운동으로 사망한 충북인은 37명~43명으로 집계됐다. 또 시위건수는 84건으로, 최대 4만5328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격렬했던 그날의 운동은 그러나 기억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 충북을 대표하는 삼일공원이 있지만 민족대표 5인의 동상과 충북의 독립유공자 513명의 이름이 적힌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전부다.
그러나 이마저도 옛 일본의 신사가 있던 자리로 알려지면서 3·1운동을 기억하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사학자 강민식 박사는 “처음 일제강점기에 신사가 세워진 곳은 지금의 당산 꼭대기였지만, 오르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명장사 자리로 옮겼다. 최근 위압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대웅전에 오르던 계단은 신사 그대로였다”며 “일제강점기 이곳 신사 사진을 보면 삼일공원 자리에 희끗한 높은 탑과 신사와 연결된 통로가 있었다. 탑의 용도를 알 수 없으니 반드시 신사와 관련되었다고 특정할 수 없으나 혐의 있는 공간을 우리가 애국지사를 기억하는 장소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삼일공원 외에 충북 도내에서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념시설을 갖춘 인물은 손병희, 이상설, 신채호, 홍범식 애국지사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념비로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뿐, 기억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충북학 연구소에 2011년에 발행한 `근현대 충북의 역사 기억과 기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면 국내외 독립운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충북 출신 독립운동가는 민족의 등불이요 스승인 신채호, 진천 출신의 헤이그 특사 이상설, 1910년대 상해 독립운동을 주도한 신규식, 의열단으로 활동한 진천 출신 곽재기, 만주 항일투쟁의 주요 지휘관이었던 진천 출신의 신팔균 선생 등이 있다.
또 의병으로 활약했던 충주 출신의 독립군 채찬, 영동 태생으로 독립세력 통합에 앞장선 홍진, 청주 출신으로 독립교육운동의 선봉에 선 민강, 진천 태생으로 광복군이 되어 맹활약한 박기성, 독립군으로 크게 활약한 성만리, 괴산 태생으로 조선왕조와 운명을 같이한 홍범식, 충주 태생이며 의열단으로 활약한 유석현, 충주에서 태어나 김구와 함께 활동한 정태희, 제천 출생으로 무장독립투쟁에 헌신한 황학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자는 “이들 14명 중에서 일정한 기념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인물은 신채호, 홍범식, 이상설, 손병희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3·1운동 정신을 기릴만한 기억의 장소가 미흡하면서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지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