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00년을 사는 도시
다시, 100년을 사는 도시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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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북미회담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큰데, 세상 사람들 각자에겐 개인에 대한 소식이 가장 큰 뉴스이다. 신문 또는 방송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리면 가장 먼저 찾아보게 마련이다.

문화기획자를 자처하면서 나는 그동안 여러 가지 슬로건을 만들었다.

직지축제는 지난 2003년 처음 개최됐다. 직지축제의 성격과 핵심 가치를 창조와 학습·정보로 삼았는데, 금속을 소재로 활자를 만들어낸 창조정신, 금속활자를 사용해 책을 편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학습의 효과와 보다 많은 책을 만듦으로써 나타나는 정보 전달 효과의 극대화를 겨냥했다. 긴 고민 끝에 만들어진 당시 슬로건은 「돋움에서 펼침으로」. 여기에는 활자의 돋을새김과 처음 시작하는 직지축제의 발돋움, 그리고 직지정신의 도드라짐을 상징했다. 그리고 `펼침'은 금속활자를 통해 완성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의 편찬과 날개를 펼치듯 웅비하는 직지정신, 그리고 끝없이 퍼져나가는 직지정신과 축제의 확장성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슬로건은 아니지만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상징마크 또한 의미 있는 탄생의 숨은 배경이 있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셨지만 당시 청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재직하셨던 김두영 교수님이 미리 만들어 두신 디자인에, 사각형은 우주를, 그리고 전통 문창살 무늬에서 유추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 그리고 바람개비처럼 끊임없는 동력과 기마전에서 서로 맞잡은 손 모양의 화합의 정신 등의 의미가 있다는 나의 해석에, 아끼시던 작품을 선뜻 내주심으로써 지금까지도 잘 활용되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지난해 평창올림픽 문화축제에서 도용되었다는 논란과 더불어 커다란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2013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위해 만들어진 주제 슬로건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Something Old Something New)」은 지금 생각에도 그 당시 내가 어쩌다가 그토록 기특한 생각을 했는지 자아도취하게 되는 긍지가 있다. 공예의 도구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서 모든 것은 새롭게 시작되고, 그 새로움이 지속됨으로써 익숙하게 되며, 그 익숙함이 지겨워질 때쯤 사람들은 다시 새로움을 추구하는 윤회가 거듭된다는 의미를 담되, 그것이 순차적인 것만 아니라 `그리고'를 통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음을 나타냈다.

“쓰임새와 소용에 닿는 `물건'으로서 공예는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다가온다. 공예는 동시대 또는 특정 지역의 생활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에 시대별, 지역별 다양성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공예는 시간(전통, 현대)과 공간(지역, 국가, 민족)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생소함과 신기함을 넘어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시공이 바뀌면 동질사회 내에서의 익숙함이 새로움으로 전환된다. 문화적 교류와 수용을 통해 새로움이 지지를 얻게 되면 익숙함으로 뿌리내린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를 진동하며 발전해 온 공예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이질적 문화 간의 소통과 융합을 조명하자는 의미이며, `익숙함에 대한 안주'와 새로움에 대한 추구`는 모두 인간본성의 양면으로, 공예를 통해 인간본성과 문화의 다원성을 엿보고자 한다.”(출처.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결과보고서) 당시 주제에 대한 나의 해석은 지극히 현학적인데, 당시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알렉산더 폰 페게작 스위스 비트라뮤지엄 관장으로부터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로 계속 사용해도 좋겠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2015년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에 합류하면서 만든 슬로건은「사람 중심, 창조적 도시재생」이다. 장소와 공간에 대한 구조적 재생을 뛰어넘어 사람의 생명과 온기, 그리고 도시에 대한 사람의 생각이 바르게 되살아나고, 그것이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일(28일) 2019년 1기 청주시도시재생대학이 개강식을 갖는다. 이번 도시재생대학의 슬로건은「다시, 100년을 사는 도시」로 정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즉 건국 100년의 숨결을 다시 이어가는 도시가 도시재생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의미를 담았다.

북한과 미국, 두 정상의 대화 또한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다. 아주 중요한 뉴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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