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무게
마음의 무게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19.02.26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벌써 4주 가까이 되었다. 겨드랑이 안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약을 먹어왔고 그래도 차도가 없어 또다시 병원을 찾은 터이다. 이미 몇 가지 검사를 받았음에도 뚜렷한 원인을 모르겠으니 의사는 ct 촬영을 해보자 했다. 기계에 몸을 맡기고 초조한 마음으로 누워 있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복도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병원에 가면 온통 아픈 사람들밖에 없는 것처럼 환자들로 북적인다. 많은 사람 틈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20년 지기 친구였다. 그녀는 감기가 심하여 검사를 받는 중이라며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ct 검사에서도 원인을 못 찾았다. 유방암 검사를 한 지 불과 몇 달 안 되었지만 의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초음파를 받아보라 권했다. `그래, 서울에 있는 친구 k도 정기적으로 건강 체크를 했음에도 자신의 몸에서 혹이 자라고 있는 줄 몰랐다 하지 않았던가.' 몇 달 전 수술 받은 지인도 자신이 몹쓸 병에 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었지. 불길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쁜 쪽으로 든장질 했다.

친구는 독감으로 결과가 나왔다 했다. 차라리 독감이라면 괜찮을듯했다. 병명이 나왔으니 치료를 받으면 낫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인 친구를 진정으로 염려해줄 마음에 여유가 없고 오히려 무거운 심사를 위로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의사는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했다. 마음 편히 갖고 생각을 바꿔 보라 했다. 첨단기기의 검사를 믿고 이상 없다는 의사의 말을 신뢰하고 따라야 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가다듬었다. 신경을 덜 쓰고 지내다 보니 간간이 찾아와 불안한 마음을 부채질하던 통증도 시나브로 줄어들었다.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긴 걸까. 그때야 독감에 걸렸던 친구 생각이 났다.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리는 없을 터, 전화를 걸었다. 늦은 안부를 챙기고 미안한 마음을 나눴다.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지 몰랐다.

건강 염려증도 병이다. 요즘은 TV에서도 건강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 내놓으라 하는 병원의 의사들이 출연해 건강 정보를 전해준다. 유익한 정보지만 사람마다, 체질이나 상황에 따라 치료과정이 다른데, 모두 자신에게 적용된다고 믿게 된다. 약이 되는 음식이나 약초 등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한다. 지나친 염려 때문일까. 건강 염려증(강박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프로를 즐겨 보다 보니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지나쳤지 싶다.

가슴에 바위를 얹어 놓은 듯 무겁던 마음도 어느새 가벼워졌다. 몸이 아프다 보면 마음도 약해지고 마음이 허하면 몸도 강건하지 못하다. 어느 쪽이든 무심함이나 지나친 염려를 피하고 몸과 마음이 평형을 이루도록 균형을 맞춰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