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답방 할까'…건설업계,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촉각'
'김정은 답방 할까'…건설업계, 하노이 북미 회담 이후 '촉각'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2.24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견건설업체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김성민(가명)씨는 서울 시내의 한 대학원에서 북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해 석사 학위를 마친 김씨는 올해 개강을 앞두고 대학원 석사 신입생 환영식에 참석했다가 건설업계 출신 새내기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보고 남북 관계 전반에 흐르는 해빙의 기운을 절감했다고 한다. 삼성물산(건설부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온 새내기들은 김씨에게 소속 회사도 대북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물었다. “박사과정은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이라는 김씨의 답변을 업계·공기업 출신 입학생들은 그다지 신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여러 변수들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이곳에서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대학원 수업 외에도 한 안보단체가 운영하는 강좌에 격주로 출석해 수업을 듣고 있다.



건설업계가 오는 27~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를 예의 주시하며 잰걸음을 걷고 있다. 양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북한 비핵화 합의 수준과 미국의 지원책 등에 따라 남북경협 등 남북관계 전반에 불어닥칠 변화의 격류가 거셀 것으로 보고 경협 지원단을 꾸리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 10년을 거치며 무뎌진 대북 정보 감각을 되살리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 공사 현장 직원들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현지 분위기를 면밀히 주시하고 ▲관련 조직을신설하거나 ▲올들어 직원들을 대학원 북한학과 석사과정에 등록시켜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그룹과 친교도 다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건설업계의 좌장인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올들어 남북경협 지원단을 꾸렸다. 또 재작년 2월 착공한 하노이 지하철 지하터널·역사 공사 현장 직원 등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현지 기류도 파악하는 등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에 일찌감치 진출해 석탄화력발전소, 호텔, 지하철 역사 등을 지으면서 구축한 현지 인맥들과도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대북경협의 경험이 풍부한 대우건설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 시절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호각지세를 이루며 대북경협을 주도하던 대우건설은 지난해 전략기획사업본부 산하에 북방사업지원팀을 꾸려 남북경협은 물론 그 이후를 준비해왔다. 북미 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은 김 전 회장이 공을 들여온 세계 경영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밖에 지난해 태스크포스를 꾸린 대림산업은 3년전 착공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하노이 현지 경전철 사업 현장 등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챙기고 있다. GS건설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들도 지난해 일찌감치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북미 정상회담 이후 펼쳐질 한반도 냉전 질서의 점진적 해체가 대내외 사업환경에 몰고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아산도 금강산 관광 재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 합의할 비핵화 이행 수준이다. 하노이 선언은 ‘핵없는 한반도’를 선언하는데 그친 6.12 싱가포르 회담 ‘플러스 알파’를 포함할 수 밖에 없다. 이 플러스 알파가 남북경협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양보하고, 핵을 동결하는 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타협할지 ▲핵탄두·미사일 리스트 제공 등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할지 등에 맞춰져 있다.



북미간 합의가 '빅딜'로 끝날 지, 아니면 '스몰딜'에 그칠 지는 ▲남북경협이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재개될지 ▲남북경협이 남북러 가스관 사업 등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북방사업으로 외연을 넓혀갈 수 있을지 ▲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다국적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는 기틀을 놓을 수 있을지 등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상회담 결과를 좌우할 변수는 복잡하다. 벌써부터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한다. 하지만 양 정상이 정상회담 개최에 기 합의하고, 실무진들이 의제를 집중 논의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일정 성과는 예상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또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4월중 답방하고, 남북 도로·철도 복원,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답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남북경협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