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그리고 3·1운동 100주년
태극기 그리고 3·1운동 100주년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2.20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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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3·1운동 100주년이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도 100주년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훈단체 등이 주관하는 크고 작은 기념행사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준비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행사준비 소식이 들려온다.

3·1운동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3·1절은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다른 국경일과 달리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이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의 뜻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른 아픈 역사이다. 그 아픔을 안고 잉태된 희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이고, 그 결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3·1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다.

독립운동가들이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순국을 불사했다면 민중들은 1919년 3월 1일 태극기를 흔들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수많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비장함과 장엄함이 넘실대는 태극기의 물결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랬던 태극기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요즘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극우세력 대표이미지로 굳어지며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용어는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선 지지자들이 촛불집회에 맞선 자신들의 집회를 `태극기집회'로 부르며 등장했다. 언론은 태극기집회에 나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중 유독 군복을 입은 이들이 많은 점과 연결지어 통칭 `태극기부대'로 부르고 있다.

이들의 이미지가 얼마나 부정적이었으면 2017년 3·1절 당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태극기를 배부해 흔드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려 했지만, 태극기집회로 오인될 수 있다며 결국 취소했다.

광복회도 당시 입장문을 통해 “처음부터 태극기를 시위도구로 사용하거나, 태극기 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고,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드는 기행 등 일련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기(國旗)인 태극기를 그 의미가 가장 큰 3·1절 행사 사용을 고민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2년여가 흐른 지금도 태극기부대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거친 행동과 막말로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으로부터도 비난받고 있다.

태극기부대는 더 이상 순국선열들이 목숨으로 지킨 태극기의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태극기부대가 거친 행동과 막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사지를 향해 달려든 순국선열들의 목숨으로 얻은 독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불어 언론도 태극기부대라는 용어 대신 이들을 부를 새로운 용어를 고민할 때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에서 태극기부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전씨는 “저들을 `태극기부대'라고 부르는 건 반민주 반평화적 행태에 `미명'을 붙여 사람들을 현혹하는 일”이라며 “`반민주 반평화 극우세력'이나 `외세 추종 극우세력'또는 그냥 `극우세력'이라고 쓰는 게 책임 있는 언론의 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마땅하고, 시기적절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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