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녹색댐
말라가는 녹색댐
  • 반기민 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9.02.2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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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반기민 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반기민 충북대 산림학과 겸임교수

 

숲을 가만히 살펴보면 다양한 구성 인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늘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무와 풀 등은 그것이 그것인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는 동물들과 야생조류, 그리고 곤충들은 장소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땅속에서 살아가는 토양 소동물들도 그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살아가는 주변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구조를 이루고 살아간다.

숲의 별명 중에 녹색댐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요즘처럼 겨울 가뭄이 심한 시기에는 댐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숲도, 숲의 생명들도 자신을 최대한으로 가뭄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녹색댐은 큰물을 가두어 놓은 댐처럼 숲이 물을 가두는 기능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숲이 물을 저장하는 기능으로 크게 3가지의 기능을 한다. 우선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인데 비가 내릴 때 흘러가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숲이 물을 머금고 있어 물이 일시에 흘러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갈수기에 물을 흘려보내는 기능이다. 숲을 지지하는 바닥에는 토양 공극이 발달하여 흙 알갱이들 사이의 공극에서 물을 머금고 있으며, 이들 물이 천천히 흘러내려 계곡으로 강으로 흘러가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물을 깨끗하게 하는 기능이다. 토양 알갱이 사이에 스며든 물은 흙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천천히 수질을 정화하여 물을 깨끗하게 하여 흘려보낸다.

숲은 이처럼 하늘의 물을 받아서 저장하고 물을 정화하여 천천히 흘려보내고, 가뭄의 시기에도 계곡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흘려보낸다. 녹색댐은 숲의 별명이지만 사실은 숲 바닥의 토양층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 보완 관계가 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그 기능을 확대하기도, 축소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숲과 토양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그 기능이 최적으로 발휘되는 것이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도 물의 소비가 많아지고, 나무가 너무 적으면 숲 바닥에서 바로 흘러내리거나 증발산 되는 양의 물이 많아져 숲은 건조해진다. 적절히 나무의 양이 자리하고 있어야 물을 저장하고 흘려보내는 양이 많아지게 된다.

우리도 삶에서 적절한 자기관리가 되고 기본으로 삼는 것과의 균형이 필요하다. 사회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 무리하면 몸이 상하여 결국은 쉼을 통하여 회복을 해야 한다. 사회도 여기저기서 균형이 깨지면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숲의 균형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조절하기도 하겠지만 현대는 인간의 영향으로 그 균형을 스스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산성토양으로의 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우의 불규칙성, 더위와 추위의 불균형 등이 자연을 힘들게 하고 있다. 가장 큰 자연인 숲도 힘들어하고 있다.

이번 겨울처럼 긴 시간 눈도 없이 지나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이다. 인간은 물을 찾아 마실 수 있지만, 숲의 생명체들은 하늘의 도우심을 기대하고 있을 따름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떨군 활엽수들은 그런대로 조금 더 나을 수 있지만 상록수들은 참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숲으로부터 흘러내린 계곡의 물과 댐으로 모인 물을 마시고 살아가지만 자연은 그렇지를 못하다.

우리의 생명의 근원이 되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일 년 내내 물 걱정 없이 살아가려면 숲을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물을 더 잘 저장하는 수종들로 댐 주변의 수종들도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기능이 잘 발휘되도록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하면 좋겠다. 긴 가뭄으로 말라가는 숲이 슬픈지 아우성 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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