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사회
여전히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사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2.19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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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세상에 귀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을 따진다.

시대는 변했다. 그럼에도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동전택시기사 사망사건. 철저한 수사와 엄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저희 아버님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여론을 들끓게 했다.

청원자는 숨진 70대 택시기사의 며느리다. 청원자에 따르면 목적지를 두고 30대 승객 A씨가 시아버지를 향해 욕설과 반말을 퍼붓고 급기야 택시비에 해당하는 동전을 택시기사 얼굴에 던졌고, 몇 분 뒤 그 자리에서 넘어져 쓰러진 후 사망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를 거쳐 이들의 다툼이 사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청원자는 A씨의 언행으로 시아버지가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원자는 “악의가 가득 담긴 동전을 몸에 맞는 일은 그 누구라도 평생 단 한번 겪어보기조차 어려운 일”이며“더욱 분통 터지는 것은, 언쟁하다 사람이 쓰러졌음을 보고도 그냥 방치했다는 사실”이라며 언어폭력과 그에 수반된 거친 행동들 또 이로 인해 연결되는 폭행에 대한 강화된 처벌을 촉구했다. 게시 5일 만에 이 청원은 7만1889명이 동의했다.

청춘을 바친 직장에서 물러난 퇴직자들이 다시 찾은 일자리인 아파트 경비도 낮게 보는 직종 중 하나다.

주차장의 차단기를 바로 올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개가 주인을 보고 짖느냐”며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심지어는 “월급 주는 나를 왕으로 모셔라”라고 말하는 주민의 갑질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이 없었다면 택시기사 얼굴에 동전을 던질 일도, 아파트 경비원을 개 취급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있는 집들은 직업에 귀천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더 많이 누리기를 원하고 자식까지 부의 대물림을 원한다. 이를 위해 노후를 포기하고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대접받는 직업을 얻기 위해 `텐투텐'(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으로 산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아동권리위원회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참석해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담은 대한민국 아동 보고서 `교육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4년간 아동 권리 지킴이 활동을 한 23명이 집필했다. 16세 김도현 군은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제네바를 다녀온 소감을 들려줬다. 김 군은 “보고서에 참여한 집필진은 아는 친구가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선생님이 오히려 공부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슬퍼할 거냐고 다그친 얘기를 했다”며 “UN 직원은 야간 자율 학습을 밤 11시까지 하고 학습 시간이 성인 연평균 노동 시간보다 길다는 우리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는지 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행복을 위한 교육이 아닌 직업을 위한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한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는 지인이 처한 현실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다.

직업에 대한 시선은 변하지 않았는데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창의적 인재육성에 핏대를 세우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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