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 그 영화의 힘
가버나움, 그 영화의 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2.18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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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영어에 익숙한 우리지만 발음만으로도 영어가 아님을 알 수 있는 `가버나움'은 요즘 극장가에서 조용히 관객들을 모으는 영화다. 조용히라는 말이 모순되지만, 하루에 한 두 번 상영되고 있으니 굳이 틀린 말도 아닐 듯싶다.

영화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로 추측되는 소년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는 자극적인 포스터 속에는 어린 주인공 자인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쓸쓸하면서도 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표정이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제목만큼이나 낯선 영화는 광팬이 아니고선 쉬이 극장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었지만, 국내에선 보기 어려운 제3세계 영화인데다 아랍문화권인 레바논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어 낯설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리아 난민들의 절망적인 현실과 불법체류가 영화의 큰 맥을 이루고 있어 관객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봐야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감독이 유명하지도, 배우가 유명하지도 않다. 감독 나딘 라바키는 아랍계 여성감독으로 가족 영화를 찍다 이 한 편으로 세계 영화계에 이름을 올렸고, 배우들 역시 연기자가 아니라 무명의 현지인들이다.

감독은 레바논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하려고 해당 역할과 비슷한 환경, 경험을 가진 인물들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실제 주인공 자인은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시리아 난민 소년이었고, 여배우 역시 불법체류자였으며, 한 살 아들역의 꼬마도 레바논에서 인종차별을 받으며 체류하던 중이었고, 자인의 여동생 역을 맡은 소녀 배우도 베이루트 거리에서 껌을 팔다 캐스팅됐다고 한다. 4년간 기획해 만들어진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 출품해 주목을 받을 때까지도 주인공 그들은 자신을 증명할 법적 서류조차 없었다고 한다. 영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세상과 어른에 대한 분노와 함께 따뜻한 눈물이 교차하는 것은 이 영화만의 힘이다. 연기가 아닌 천진한 아이들이 절망적 상황에서도 순간순간 희망이 얼비치기도 한다. 참담한 레바논의 현실이 일상이었기에 앵글에 잡힌 그들의 삶은 스크린이라는 장막을 뚫고 관객의 진심에 와 닿고 있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우리가 지금 뭔가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전 영화의 힘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영화란 단지 개방하기 위해서, 꿈꾸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금껏 말 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린 더 이상 가버나움에서 싸우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못본체 하고 등돌려서는 안됩니다. 전 해결책을 모릅니다. 제가 해결책도 없고요. 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 거리의 아이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꼭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모두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라고 .

그녀의 말처럼 영화는 시사하는 것은 많다. 아동인권, 난민, 불법체류자 등등.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문제 또한 이와 비슷하다. 난민 문제에 국가마다 벽을 쌓고, 불법체류자의 인권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나 개인이나 경제자본주의로 치달으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심도 멀어졌다. 국가마다 국수주의, 민족주의로 돌아서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공동체로의 책무라는 메아리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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