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병원의 친절
충북대학교 병원의 친절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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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히말라야 트래킹 중에 심한 기침증상이 있어서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폐 CT를 살펴본 의사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을 여유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충북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이송시켰다.

그때까지 병원 응급실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았다. 환자들의 신음소리와 보호자들의 아우성, 웬만큼 아파서는 환자취급도 받지 못하고 몇 시간이고 무작정 의사를 기다리며 분노했던 기억, 한마디로 도떼기시장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마음의 각오를 다지며 응급실에 들어섰는데, 그곳은 내 상상속의 응급실이 아니었다.

응급실은 조용했고, 널찍한 공간에 침대가 배치되어 편안했다. 기다릴 겨를도 없이 X-ray 촬영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검사들이 시행되었고, 그 결과를 응급실 담당의사가 설명해주며 입원을 권했다. 호흡기내과에 병실이 없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곧바로 응급병동의 입원실로 옮겨졌다.

입원실은 10여 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4인실인데도 침대공간이 널찍했고, 무엇보다 병실이 조용하고 쾌적했다.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병실을 쓰기가 어려웠다. 보호자들과 문병 온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떠들어대고, TV소리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는데 이런 소음이 다 사라졌다. 아마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의식변화도 있었겠지만 문병시간을 제한해 보호자 한사람 외에는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제도의 정착이 병실을 쾌적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병원의 외적변화는 사회의 다른 분야들이 발전하듯 변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란 것은 병원종사자들의 친절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병실을 청소하는 분이나 식사를 날라주시는 분들의 친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환자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병원종사자들로써의 진심어린 친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들을 보면서 친절을 강요하던 시절을 떠 올렸다. 그때는 모든 종업원들에게 웃는 얼굴을 강요 했고, 획일화된 인사말투와 양손을 배꼽에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인사를 강요하여 어디에서나 같은 톤의 영혼 없는 인사를 받아야했었다. 그렇게 말만 친절하던 시절에는 정말로 그 친절이 싫어었다. 그런 인사를 받는 곳에선 얼굴이 화끈거려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충북대학교 병원에 8일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본연에 충실한 친절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의 친절에는 환자의 회복을 위해 마음을 쏟고 정성을 다하는 진심이 담겨있는 듯했다. 그런 마음과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말씨는 친절을 위해 연습해서 나오는 말씨와는 전혀 달랐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이렇게 흐뭇한 행복감을 가져보기도 처음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드는 걱정은 충북대학교 병원과 짜고 쓴 글이라는 의혹을 가질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밝혀두는 점은 이 글은 충북대학교 병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방송국에 근무하며, 아이들을 키우며, 오래전에 드나들었던 응급실과 입원실에 대해 품고 있었던 부정적인 생각이 깨져버린 데서 오는 감동의 표현일 뿐이다.

친절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진데, 친절의 사전적 의미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친근하고 다정함'이다. 대하는 태도가 친근하고 다정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단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똑 같이 마주하는 상황에 대해서 누구는 친절하다고 하고, 누구는 불친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충북대학교 병원의 친절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충북도내의 유일한 3차 의료기관이며 공공의료기관인 충북대학교 병원이 환자중심의 병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병원의 주목적이 영리추구가 아니라 도민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병원이 도민건강의 전초기지가 되도록 잘 키워야 하는 것은 도민의 의무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충북대학교 병원에 애정을 가져야 할 때이다.

끝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환자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신 주치의선생님과 언제나 환자들에게 헌신적이었던 81병동 간호사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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