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형 일자리' 답습은 안 된다
`충북형 일자리' 답습은 안 된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2.1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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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광주형 일자리'로 모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추진할 자치단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 일부 광역 및 기초단체에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최근 국정운영과제 공유를 위한 기초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광주형 일자리사업의 전국적인 확산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달 중으로 지원방법을 밝히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목말랐던 충북도도 타 자치단체에 뒤질세라 광주형 일자리를 지역에 적용하기 위한 도차원의 태스크포스(TF, 전담팀)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11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지시했다. 지시내용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 충북 실정에 맞는 광주형 일자리를 연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광주광역시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경형 SUV 차량을 연간 10만대 생산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공장이 가동되면 직·간접 고용 1만2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균 연봉 3500만원(주 44시간)은 기존 자동차업체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지만 지역경제 침제를 겪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고용 장려금까지 포함해도 실질임금은 4000만원 밖에 안되지만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는 지역 청년들에게 이만한 자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고용의 질과 노동자 단결권의 저하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북은 어떤 방식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접근해야 할까.

대전제는 단연 광주형 일자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지역 사정과 잘 맞는 산업분야와 주도기업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 충북에는 자동차 관련 산업이 거의 없다. 이미 자동차 생산공장이 운영됐던 광주와는 상황이 다르다.

충북의 산업지형을 살펴보면 충북형 일자리는 주축기업인 SK하이닉스와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 청주국제공항 등이 참여하는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 슬로건인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으로 대표되는 태양광산업과 바이오산업 관련 산업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다음이 정부와 자치단체의 몫인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지원 등의 촘촘한 설계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후생복리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분명한 것은 광주형 일자리는 고용 없는 성장에 시달리는 국내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고육책이지 최상의 방책이 아니다.

같은 문장에 넣기도 어색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고육책이라는 두 용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길 기대하는 소망이 모여 만들어진 게 광주형 일자리이다.

꿈과 희망이 같은 개개인도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방식은 천양지차다. 누군가의 것을 답습한 개인에게 큰 성취도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충북도에서 꾸릴 TF팀도 광주형의 답습이 아닌 충북만의 강점을 극대화한 `충북형 일자리'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것만이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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