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피어나는 오로라 헌팅
밤하늘에 피어나는 오로라 헌팅
  • 김태선 충북과학고 교감
  • 승인 2019.02.13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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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과학고 교감
김태선 충북과학고 교감

 

얼마 전 과학 하는 사람끼리 오로라를 체험하러 캐나다 옐로우나이프를 다녀왔다.

직항이 없어 장거리 이동으로 고생하며 찾아간 옐로우나이프는 캐나다 북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대여한 방한복을 꽁꽁 싸매고 밤 10시 호텔 로비에 섰다. 오로라가 잘 보이는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까지 약 한 시간을 차로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지인이 말하길 매우 추우니 가능하면 오늘은 실내에 머무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캐나다 환경청에서 그 호수 지역에 혹독한 추위를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영하 50도에서 55도가 될 것이란다. 새벽 3시까지 오로라를 관측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쩌지?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즈마(초고온에서 음전하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상태)가 지구 자기장에 끌려와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공기 입자와 반응해 빛을 내는 현상이다. 지구는 하나의 큰 막대자석 같아서 지구 자기장은 극지방으로 갈수록 지표에 근접해 구부러지는 형태가 된다. 공기 입자와 충돌하면 공기 입자들이 에너지를 흡수해 들뜨게 된다. 이 입자들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어서 다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가시광선 형태로 나타나 우리 눈에 황홀한 오로라를 형성하게 된다. 녹색 오로라는 산소가, 핑크색은 질소가 만든다. 어떤 층의 대기가 가장 많이 반응하는지에 따라 색깔도 달라진다.

차에서 내리며 호수 주변 하늘을 보았다. 얇은 층운같이 뿌옇게 초록색 기운을 띄고 있는 저것이 오로라란다. 사진으로 봤을 때의 그 화려한 커튼과 아름다운 무지개색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그런데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오로라의 활발한 활동 수준에 따라 5레벨까지 나누는데 오늘 밤의 오로라는 5레벨이라며 여러분은 복이 많다고 활짝 웃는다. 희뿌옇게 보이는 초록색이 대부분이고 어쩌다 붉은 기운이 살짝 넘실거리는데? 실망하며 카메라로 오로라를 찍었다. 어? 그런데 보이는 것과 달리 사진에서는 아름다운 오로라가 형형색색을 뽐내며 찍혀있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아름다운 오로라 사진.

사실 눈으로는 뿌옇게 보이는 초록색 구름 같은 오로라도 카메라로 촬영하면 다르게 나온다. 그 이유는 사람의 눈과 카메라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명암을 구분하는 간상세포와 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는 숫자도 적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순간을 인식하는 사람의 눈과 달리 카메라는 길게 노출돼 빛을 많이 받아들여 촬영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오로라 색깔과 다르게 찍힌다. 잠시 후, 하늘의 오로라가 짙어지며 요동쳤다. 순식간에 흩어지고 다시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다가 또 펼쳐졌다. 엄청 밝고 눈으로 보기에도 색감을 띤 아름다운 오로라가 요동쳤다. 카메라 밖에서도 화려함이 드러나서 과학 하는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 오로라가! 버킷 리스트 인증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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