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품에 안은 '희생 학생' 단원고 졸업장…유족들 눈물바다
5년 만에 품에 안은 '희생 학생' 단원고 졸업장…유족들 눈물바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2.12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 사람은 본교에 입학하여 수학한 자로서 본교 학칙에 의거하여 명예 졸업장을 수여합니다. 2019년 2월12일 단원고등학교장."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유족이 12일 자녀의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아이들이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올랐다가 2014년 4월16일 예상치 못한 참사로 희생된 지 5년 만이다. 참사가 없었더라면 3년 전 자녀가 받았을 졸업장이다.



자녀 대신 받아 든 꽃다발과 졸업장, 앨범을 싼 황색 보따리 위로 뚝 뚝 눈물이 흘러 바로 젖어 들었다.



당시 세월호 침몰 소식에 가슴을 졸이며 숨가삐 달려왔던 안산 단원고 본관 4층 단원관(강당)은 학부모 집결지 겸 대기실이었다. 세월이 흘러 학부모는 유족으로, 이곳은 통곡의 졸업식장이 됐다.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이날 명예 졸업식이 시작되고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250명의 희생 학생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2학년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2학년 10반 장혜원." 침묵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던 졸업식장은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오열로 눈물바다가 됐다.



재학생 20여 명이 '눈물기도'와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면서 선배들을 기린 데 이어 희생 학생들의 재학시절 후배였던 10회 졸업생 이희윤(2017년 졸업)씨가 '졸업생 편지'를 낭독했다.



이씨는 "보고 싶다는 말로 편지를 가득 채우고 싶었지만, 축하한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미소지으며 다가온 선배님들. 감사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묵혔던 감정을 이제 와 꺼낸다고 밉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개할 꽃만큼 행복해 달라"며 낭독 내내 울먹였다.



전명선 전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회고사에서 "아들, 딸이 있어야 할 졸업식장에 엄마, 아빠가 공허한 마음으로 와 있다. 아들, 딸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은 졸업식에 앞서 취재진에게 "아직도 희생 학생들이 제적 처리됐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아 명예 졸업식을 하게 됐다"며 "제도를 바꾼 만큼 다시는 학사 일정 중에 희생한 학생들이 제적 처리로 명예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산 단원고는 애초 2016년 1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졸업에 맞춰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식도 준비했었다.



하지만 희생 학생들이 제적 처리되고 미수습 학생들의 문제가 남아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요청으로 졸업식을 늦췄다가 이번에 명예 졸업식을 열게 됐다.



졸업식장 중앙을 채운 250명(미수습 2명 포함)의 희생 학생 좌석에는 얼굴 사진이 새겨진 학생증과 황색 보따리, 꽃다발이 놓였다.



황색 보따리에는 졸업장과 함께 희생 학생들의 졸업 앨범 두 개가 담겼다. 하나는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제작했고, 하나는 교복을 입은 모습의 학교 졸업 앨범 형식에 맞춘 것이다.



사고 당시 학생들이 속했던 2학년 1~10반 학급별 팻말에는 새로 부여된 3학년 13~22반도 함께 새겨졌다. 제적 처리됐다가 학적이 부활하면서 부여된 학급이다.



졸업식장 희생 학생 좌석은 절반 정도만 채워졌다. 전체 250명 가운데 120명 정도만 참석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졸업식 직전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아이들이 살아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위로나 위안이 안 된다. 많지 않은 부모가 졸업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 졸업식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윤화섭 안산시장, 안산지역 여야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유 장관은 울먹이면서 "이제야 명예 졸업식을 하게 돼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그날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잘 지키고 있는지 또 한 번 생각하게 한다"며 "안전한 사회 만드는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교육감도 "5년이 지났지만 250명 학생 한 분 한 분 소중하고 아까운 이름으로 경기교육에 남아 있다. 명예 졸업식은 희생된 250명의 뜻과 희망, 꿈이 경기교육에 영원히 남아있게, 우리가 실천할 수 있게 약속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이 희생했고, 생존한 75명은 예정대로 2016년에 졸업했다.



희생 학생 시신은 대부분 수습했지만, 2학년 6반 남현철군과 박영인군은 결국 찾지 못했다. 교사 양승진씨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