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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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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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김 주 환 <극동정보대 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 서울시의 공무원으로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서울시의 공무원 3% 퇴출을 앞두고 한동안 먼저 전화할 수 없을 것 같아 연락을 해보았다. 물론 그 친구는 성실한 친구라 그 명단에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여 하는 마음이 수화기를 잡게 하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

울산시에서 시작된 '공무원 퇴출'바람이 전국적으로 거세지면서 중앙정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합리적 절차와 기준을 정한다고 한다. 국민의 여론도 일부 조사에서 3분의 2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 이상 공직사회의 '철밥통'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공직사회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엘리트조직이다. 해마다 공무원임용시험에 기록적인 경쟁률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이미지는 '복지부동', '신토불이', '철밥통' 등 반개혁적이고 무사안일한 직장인이라는 인식을 더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60∼70년대 '변화역군'으로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주역으로 칭송받던 공무원 조직이 민주화 이후에는 반개혁적이고 무사안일의 대표주자로서 자리매김()하였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임용당시 최고의 엘리트들이 '퇴출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이라 할 것이다. 사실 정부조직이 변화에 둔감한 것은 한편으로는 조직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공공조직은 민간조직과 달리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기업이 결과를 위해 때로는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지만, 정부는 이와 반대로 과정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기꺼이 감수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동사무소다. 집 앞 동사무소를 가보면 항상 그 자리에 그 부서가 있다. 호적을 담당하는 자리, 병무를 담당하는 자리는 몇 년 혹은 십 수 년이 흘러도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내부의 인테리어는 바뀔 수 있어도 위치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심지어 새로 신축하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이 분위기 쇄신을 내세워 몇 달이 멀게 부서위치와 부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이와 같은 것이 반개혁의 상징일 수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곳을 이용하는 지역주민으로 하여금 혼란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한 세심한 배려일 수 있다. 정부조직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맡은 책임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정조직과 공무원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이번 파동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안정이 반개혁일 수는 없다. 그러나 '공무원 퇴출제'의 논란과 하여서 유념할 것은 그것이 목표가 아니라, 공직사회의 건강한 긴장과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써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행에 편승하듯이 인사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우택 충북지사가 공무원 퇴출제 시행에 대해 '아직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어찌보면 너무 공무원들을 감싸고 도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 공무원은 법률에 의해 임용되고 법률에 의해 퇴직하는 공적 조직으로 유행따라 좌지우지 할 일이 아니다. 퇴출제가 공감을 받는 것은 공무원들로 하여금 국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일 수있다. 따라서 어떤 동기부여로 더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굳이 퇴출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이번 충청북도가 보여준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2등이 좋은 이유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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