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와이젠, 지구의 숨결을 만나다(1)
카와이젠, 지구의 숨결을 만나다(1)
  •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 승인 2019.02.10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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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박윤미 충주예성여고 교사

 

인도네시아 자바섬 오른편 끝자락에 있는 활화산 `이젠(Ijen) 화산',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순수 99%의 유황이 나는 광산이며, 블루파이어는 유황이 고온에서 공기와 만나면서 타오르는 현상이다. 해뜨기 전 완전한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다는 파란 불꽃을 보기 위해 새벽 1시에 출발이다.

20일간의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화산을 직접 보는 것이다. 어제 새벽 브로모 화산을 다녀온 후 또다시 버스를 타고 7시간을 달려 이젠 화산의 발끝 마을에 도착했다. 브로모 화산은 화산 봉우리 전경을 다 볼 수 있는 작은 규모였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분화구는 뿌연 화산가스가 끝없이 흘러넘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유독한 아황산가스로 숨도 쉬기 힘들고 눈조차 뜨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젠 화산의 분화구 아래까지 내려가는 오늘의 블루파이어 투어는 일행 25명 중, 단 4명만이 참여하게 되었다. 열대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이 순간을 위해 내내 여행용 가방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던 등산화, 방독마스크, 헤드랜턴이 제 역할을 하러 나올 때였다.

어둠 속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렸다. 산의 중턱에서 걷기 시작하여 이젠의 정상까지 한 시간 반을 올라가고, 정상에서 분화구 안쪽으로 한 시간을 내려가야 블루파이어를 만날 수 있다. 지그재그로 난 어두운 흙길을 따라 거친 숨소리가 엇갈려 울린다. 중간중간 쉬고 있는 사람들, 앞서거나 뒤처지는 사람들로 주변이 부산하다.

가이드 아디는 우리에게 힘들면 택시를 타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가파른 산에서 택시라니, 농담인 줄 알고 커다란 웃음으로 넘겼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니 택시들이 있고, 함께 걷던 사람 중 절반 이상이 택시 기사들이었다.

택시는 3인 1조로 운행된다. 무거운 유황을 나르는 수레가 운이 좋으면 무거운 관광객을 모시는 택시가 된다. 그런데 그 가격이 제법 비싸다. 왕복 비용이 800,000루피아이니, 약 64,000원 정도 되는 가격인데, 듣기로 인도네시아 최저임금의 1/3이나 되는 돈이다. 기사들은 누군가 지치길 기대하며 뒤따라온다.

결국, 일행 중 한 명이 택시를 탔다. 관광객들은 자기 몸 하나 끌고 가기도 힘들어 거친 숨을 뱉으며 가다 쉬기를 반복하는데, 택시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앞에서 두 사람이 수레에 맨 끈을 어깨에 메어 끌고 뒤에서 한 사람은 밀며 먼저 올라가 버렸다.

아디는 광부다. 낮에는 유황을 캐서 나르고, 아직 어두운 새벽에는 이렇게 관광객을 안내한다. 할아버지부터 3대가 이 광산에서 일했고, 이 광산에서 일한 지는 15년이라 하니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부모님과 두 아들까지 여섯 식구가 온전히 자기 손에 달려있단다. 두 아들만은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해서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듣고 배워서 말할 수 있지만, 학교에 가본 적이 없어서 글은 모른다. 아디는 주변 경관을 설명해주고, 발치에 위험한 것이 있으면 살펴주고 가파른 경사에서는 손을 잡아 주며 인도네시아와 자기 사정 얘기도 많이 했다.

산 정상 부근에 가까워지자 시야가 뿌옇고 불쾌한 냄새가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준비해간 방독마스크를 쓰고 둘러보니 `유독가스(Toxic gas)'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디의 방독마스크는 없었다. 드디어 정상에서 크레이터 아래로 향한다. 지구의 숨구멍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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