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이야기
네모이야기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2.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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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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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네모다. 한눈에 봐도 꼭짓점 네 개와 네 면이 모두 같아 보이는 정사각형이다. 반듯하게 생겼고 예술가다. 성실의 표본이라도 된 듯이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양의 바위를 다듬어 창작한다. 주변 정리정돈에 힘을 쓰고 하루를 기록하며 흐뭇해한다. 잠자리에 들며 늘 감사기도를 드리고 친구도 많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소꿉친구 동그라미가 찾아온다. 오랜만에 방글방글하게 찾아와서 대뜸 자기를 위한 창작품 하나를 주문하고 표표히 사라진다. 당황한 네모…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처럼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렇지만, 곧 성실한 네모는 착하고 바른 모서리와 함께 작업에 들어간다.

동그라미와 잘 어울릴 작품을 구상하고 열심히 빚고 깎는다. 밥 먹는 것도 잊고, 가끔 자는 것도 잊었다. 이렇게까지 빡빡한 성실 네모는 아니었지만, 동그라미가 잔뜩 바람을 넣은 터라 뭔가 획기적이고 기가 막히고 탁월한 게 필요했다.

동그라미 왈 “넌 참 훌륭하고 감각 있는 예술가야. 너라면 나한테 꼭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어!” 네모는 동그라미가 만족할 작품을 위해 많은 돌을 깨고 부수고 조각했다. 손에 작업 도구를 들고 미친 듯이 허우적댔다. `인정'받고 싶었고 `좋은 예술가'라는 칭찬과 애정의 눈빛을 받고 싶었다. 약속한 날은 다가오고 네모는 정말이지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내일이 오지 말았으면'하고 폭우 속에서 작업하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 날, 네모를 조롱이라도 하듯이 간밤의 폭우는 말끔히 가시고 명랑한 햇빛이 네모의 모서리에 앉았다. 아침 일찍 찾아온 동그라미는 조잘조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으며 네모가 만들어놓은 작품을 헤집고 다닌다. 초조해하는 네모의 머리 위로 “어머!!! 이건 뭐야? 정말 훌륭해, 고마워 네모. 넌, 천재야.!”폭죽처럼 빠르게 말풍선을 터트리더니 휙 가버린다. 그건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에 비친 동그라미 자신의 모습이었다. `흐미, 뭐냐 이거…'지난 며칠 즐겁던 창작 활동이 무척 고된 노동이었고 타인의 마음에 드는 게 얼마나 피로감이 심했는지 돌아본다. 칭찬의 말이 올무가 되어 타인이 원하는 완벽한 예술품을 만들고 싶어 안달했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나로 사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네모는 아마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민했을 것이다.

가끔 우리는 네모처럼 객관적인 시험대 위에 있을 때가 있다. 자신의 머리 나쁨과 경솔함, 생각 없음과 꼼꼼치 않은 네거티브한 모습이 밝게 조명된다. 그리고 상대평가 된 자신을 직면한다. 니체는 “질병 자체의 고통보다 질병을 해석하면서 사람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고 말한 바 있다. 유미주의를 대표하는 오스카 와일드는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드문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은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그저 존재'함으로 우리는 영혼의 어깨에 힘을 빼고 나면 자신을 생각보다 잘 해석할 수 있다. 나를 해석하다 보면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당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오늘 한 번쯤, 상대적 평가는 잊어버리고 내 영혼을 토닥이는 것으로 하루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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