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박물관
대학과 박물관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02.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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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대학은 지성의 상징이자 문화창조의 산실이다. 이에 대학은 지성과 문화를 배양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의무가 있고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다. 이를 위해 연구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필요한 시설을 설치한다. 대학박물관도 그 중 하나이다. 대학의 중요한 기능이 학문을 연마하고 교육하는 것이라면 대학박물관도 대학의 중요기능을 수행하는 부속기관으로서 연구와 교육에 충실해야 할 기본적인 사명을 가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문화유산의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이 박물관의 기본적인 기능이라면 대학박물관은 이 중에서도 연구와 교육의 기능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박물관은 1928년 설치된 연세대학교 박물관이다. 91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후 고려대학교(1934), 이화여자대학교(1935) 박물관이 설치되었다. 이들이 대학박물관의 모태가 된다. 일제강점기의 식민지교육체제하에서 우리 손으로 설립한 첫 박물관이 대학박물관이라는 점에서 민족의식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조상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남긴 삶의 흔적인 문화유산을 꾸준히 수집·보존하여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적극 공개하였다. 이는 대학박물관이 단순한 대학의 부속기관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이다.

이후 대학박물관의 설치와 위상은 여러 차례 변화를 겪게 된다. 1955년 대학설치기준령에 박물관 설치를 권고하고, 1967년에는 종합대학교에 박물관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이때는 등록금에 박물관비를 의무적으로 징수할 수 있게 되어 대학박물관을 의욕적으로 설치하였고, 운영을 확고히 보장받았다. 이후 1982년 대학박물관의 설치 근거가 삭제되고, 1999년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으로 대학박물관은 법률적 자격을 다시 획득하였다. 대학에 박물관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바뀔 때마다 대학박물관에 대한 관심과 역할도 변화하였다.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대학박물관은 문화유산의 수집과 보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성장하였다. 1970~1980년대는 문화재 발굴조사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였고, 중요한 고고학 자료를 확보하여 역사상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 학문적으로 체계화하였다. 관련학과가 신설되고 젊은 고고학자들이 각 대학에 임용되어 고고학 저변확대가 이루어졌다. 1990년대 이후에는 박물관 설치 감소, 발굴조사 역할 축소가 두드러진 반면 전시와 교육기능이 강화된다. 현재 한국대학박물관협회에 가입된 박물관은 98개교이고, 소장유물은 100만점이 넘는다. 이들 유물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설치된 대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어 지역사연구의 핵심자료가 되며, 실물에 의한 직관교육 자료로 활용된다. 그런 이유로 대학박물관은 대학 구성원들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문화기반시설로서의 역할도 강조된다. 대학박물관은 본연의 교육과 연구기능 이외에도 연구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교육의 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확산, 문화생활수준의 향상, 전통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 전문인력의 노년층 편입현상 심화, 지적 호기심의 확대, 지적 수준의 향상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박물관교육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이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박물관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특히 국립대학교 박물관은 올해부터 교육부에서 예산편성을 획일화하여 박물관은 예산항목마저도 사라졌다. 사립대학 박물관의 사정도 유사하다. 대학박물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오늘날 대학박물관이 겪는 인재난, 재정난, 시설 난의 3난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학박물관 본연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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