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되어 훨훨 날으소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으소서
  • 박사윤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 승인 2019.0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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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입춘 지나고 봄비가 내리자 새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가끔씩은 땅끝까지 푹푹 꺼지는 한숨이 날 정도로 우울할 때가 있다. 그런 날 갑자기 받게 된 프리지아. 코를 대기도 전에 노란색의 진한 꽃향기가 침잠된 기분을 전환 시키고 가슴까지 한껏 설레게 한다.

봄꽃이라고 불리는 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함, 청함이고 노란색의 의미는 활기, 희망 명량, 따듯함이다. 그래서 그런지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희망과 명량의 상징이던 노란색이 어느 순간 슬프게 느껴진다. 노란 리본 아시죠? 노란 리본의 노란색 의미는 기다림이란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급변침을 하며 침몰하는 세월호 사건을 우리는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딸 아이 역시 고등학교 2학년으로 배를 타고 가는 수학여행이 계획되어 있던 터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같은 학년이었던 딸아이의 충격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뉴스를 틀기만 하면 눈물이 쏟아져 한없이 울었다. 누구도 슬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났던 것 같다. 304명의 사망자의 안타까움을 추모하며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노란 리본에 새겨 가슴에 담아 기억하고 있다. 며칠 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구심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엄수되었다. 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날으소서” 현수막의 문구처럼 노란 나비를 들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을 따르는 사람들의 손에는 노란 나비가 아닌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노란 나비 행렬이 서울 광화문과 안국역을 지나 옛 일본대사관 앞에 멈춰 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시민들은 `일본군 노예 책임자 처벌'추모 문구가 적힌 만장을 들었고 하얀 춤사위에 노란 나비를 실어 할머니의 넋을 추모하는 행사도 열렸다. 두 팔을 힘차게 벌리고 나비로 둘러싸여 환한 웃음을 짓는 김복동 할머니의 모습이 밝아 보였다.

김복동 할머니는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6년 12월 28일 이후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합의금 수령을 종용한 `화해 치유재단'을 해산시켰다. 이 `화해 치유재단'해산은 김복동 할머니가 강력히 주장해왔던 내용이기도 했다.

2년 2개월 전 40명이었던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로 23명으로 줄었다. 사과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가는데 일본은 반성은커녕 `위안부 합의'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성찰해야 할 책임이 일본에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친구이자 동지를 떠나보낸 먹먹함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을 말없이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 장면이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의 펄럭이는 노란 나비 물결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또 하나 더 지켜야 할 약속이 생겼다. 김복동 할머니의 바람이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다. 노란색의 의미는 희망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리본의 기다림으로 승화시켜 노란 나비의 약속으로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노란색의 따듯함을 기억하여 약속을 지키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로 지켜가야 할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 나비처럼 훨훨 날아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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