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콘서트
비닐하우스 콘서트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9.02.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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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공진희 부장(진천주재)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 예견하면서 프로슈머( prosumer)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생산자를 뜻하는 영어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영어 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시장에 진열된 물건을 선택해 소비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디자인과 생산, 유통과정에도 참여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능동적 소비자의 개념이다.

어린시절 고향에서는 설과 한가위에 일명 `콩쿨대회'가 열리곤 했다.

동네 청년들이 준비하고 어른들이 십시일반 협찬해 농기구를 부상으로 마련해 한바탕 동네잔치를 벌였다.

주최 측의 진행이 조금은 서툴고, 출연자가 소름끼치는 가창력을 뽐내는 것도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고 정겨운 풍경이었다.

그 시절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듣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노래와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이기도 했다.

이른바 프로슈머였다.

1월 30일 진천에서 독특한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음악을 맡은 야니 단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비닐하우스 콘서트라 했다.

거제도에서 올라온 음악단장이 행사장을 찾은 송기섭 진천군수에게 진천의 농산물과 거제도의 해산물을 서로 팔아 주자는 덕담도 건넸다.

행사장 한쪽에는 따끈한 홍차와 간단한 먹을거리도 마련됐다.

서예가 무각 김종칠의 국민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서예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이날 행사는 야니 김도연 꿈앤꿈 단장(거제도)이 음악을 맡아 야씨식구,박시원(가수),미스미스터(광대 풍각쟁이),장정상(색소폰), 한기복(장구)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또한 주민 장기자랑도 마련했다.

행사를 기획하고 마당을 펼친 김남은씨는 바쁜 일정과 여건이 미흡해 문화생활을 즐기기 힘든 것이 농촌현실이라며 농민의 생활터전인 비닐하우스에서 농민과 예술인이 만나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콘서트를 열기로 기획한 농민들의 발상이 참신하다.

주민들을 무대 위 주인공으로 올려 문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 프로슈머로 그 지위를 회복시킨 노력도 평가받아야 한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들이 지역의 농민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행사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 공동체를 세울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극, 노래, 그림,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성격의 자생적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모임이 자체적으로, 때로는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작지만 의미 있는 모임들이 사라져가는 지역공동체를 시대에 맞게 되살려 내며 덤으로 사회안전망의 역할도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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