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2.06 1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5일간의 설 연휴가 끝났습니다. 황금돼지해라고 좋다고 했던 기해년 설 명절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민초들의 긴 행렬을 보며 이 글을 씁니다. 고향 찾아 부모님 찾아 귀성했던 민초들의 귀갓길이 무척 더디고 고됩니다. 설 전 연휴가 3일이라 귀성길은 예년에 비해 빠르고 수월했으나 설 후 연휴가 하루뿐이어서 귀경길과 귀갓길에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설을 쇤 민초들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집집마다 부모님은 지난해보다 쇠약해져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해 빈둥거리는 청년 백수나, 결혼을 포기한 노총각 노처녀나, 실직해 구들방 신세를 지는 이가 있어서입니다. 거기다가 돈 쓸 일은 많아지는데 돈벌이는 시원찮으니 귀갓길이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거 보면 열불 납니다. 경제사정도 몹시 어렵고 미세먼지로 민초들의 삶이 피폐해지는데, 일본이 만만한 싹을 보았는지 동해 상에서 노골적으로 우리 군함을 위협하고 있는데, 북한의 비핵화가 고비를 맞고 있는데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기는커녕 당파싸움만 하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집니다.

중앙정치가 그 모양이니 지방정치가 온전할 리 없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계파정치와 선거참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권싸움에 눈이 멀어 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의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법정구속에는 침묵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 되자 벌떼처럼 일어나 판결한 판사의 전력을 들먹이며 사법부의 헌법적 기능과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김 지사 구하기에 골몰하니 기가 찹니다.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중 현지가이드 폭행사건이 말해주듯 지방정치도 목불인견입니다. 지방의회 무용론이 대두할 정도로 문제투성이입니다.

각설하고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설 연휴기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이니 말입니다. 차례는 물론 부모님께 세배 드리는 것조차 생략하고 떠나는 그들에게서 달라진 설 풍속도를 봅니다.

흩어져 살던 피붙이들이 한데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떡국을 함께 먹으며 나이 한 살을 더 먹음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웃어른들에게 세배하고 덕담을 듣는 미풍양속이 개인주의에 밀려 구멍 뚫린 풍선마냥 오그라들고 있습니다. 도회지는 물론 시골에도 제기차기, 연날리기, 널뛰기 같은 정초 세시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고 윷놀이만 간신히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 가다섰다를 반복하는 고된 귀성길을 마다하고 귀향하는 이 땅의 선남선녀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들이 있어 고향이 웃고 부모님과 조상들이 보람을 느낍니다. 그건 그렇고 설이 고마운 것도 있으니 그건 나이 듦입니다. 조물주가 권력자든 무지렁이든 재벌이든 가난뱅이든 누구나 공평하게 한 살 더 먹게 했으니 감사할 수밖에요.

권력으로도 돈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나이이기에 나이를 나이테를 사랑합니다. 나잇값을 못하고 살지만 올해도 기꺼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습니다. 그대는 이번 설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기분 좋게 한 살 더 먹고 보고 싶은 부모·형제들 만나 회포도 풀고 정분도 많이 쌓았나요?

혹여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받고 속상했다면 좋은 음악 듣고 날려버리세요. 만날 가족이 있다는 건, 스트레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외롭지 않다는 방증이니 축복이라 여기며 파이팅하세요. 황금돼지호가 출항했습니다. 올해만큼은 만선의 기쁨을 꼭 누리시기를.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