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북적북적 … “대목 없다” 한숨도
모처럼 북적북적 … “대목 없다” 한숨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1.3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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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 사흘 앞으로... 전통시장을 가다
청주 육거리시장 주변 주차 차량 `꼬리에 꼬리'
시장 골목마다 왁자지껄 … 가격 흥정·눈치작전
서민들 지갑 얇아졌지만 情만큼은 예전 그대로
31일 청주 육거리시장이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지민 기자
31일 청주 육거리시장이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지민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해와 달리 이른 2월에 찾아온 설날이기에 명절을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도 바쁘다. 더구나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는데 물가는 오르면서 주부들의 장보기도 만만치 않다. 옛날처럼 들뜬 명절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전통시장을 찾아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엿봤다.

31일. 증평 새벽시장을 찾았다. 거래가 왕성할 것으로 생각해 찾은 새벽시장이었지만 시장 입구부터 어둑했다. 시장 안 골목엔 아침장사를 준비하는 가게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올 뿐. 대부분 상가는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흰 가래떡을 진열하던 떡집 아주머니는 “새벽시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장이 서는 날은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며 “하지만 옛날처럼 명절 대목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안에서는 사람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다. 명절이 며칠 남은 탓도 있지만, 유통시장이 변하면서 번성했던 새벽시장도 이젠 과거로 회자할 뿐이었다.

새벽시장 취재를 포기하고 오후 1시 충북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육거리시장을 찾았다. 전국에서 성공한 전통시장이란 명성을 입증하듯 시장 입구 무심천변에는 차량이 길게 꼬리를 물었다. 시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갓길 주차가 허용되면서 큰길까지 차량이 점령하고 있었다.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깔끔하게 정비된 골목으로 들어서니 물건을 흥정하는 왁자한 소리가 먼저 반긴다. “싸요 싸”, “맛 있어유 먹어봐유”, “뭐 찾으셔”, 구수한 사투리까지 어깨를 넘어와 생생한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생선 가게와 축산물 가게 주인들의 손놀림은 쉴 새 없이 바쁘다. 건너편 전통한과 점에선 고소한 기름 냄새로 손님의 발길을 붙잡는다. 생선을 고르는 주부들의 눈치작전도, 맛집으로 소문난 김 구이집 손님들의 긴 줄도,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속에서 건져 올린 한과도 시장이란 공간에서 묘하게 어우러지며 싱싱한 시장풍경을 연출한다.

오랜만에 찾은 탓일까. 투박하면서도 역동적인 삶의 현장이 낯설면서도 정겹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출출한 배도 채우고 체감 경기도 물을 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집에서 김치만두를 집어들었다.

맘씨 넉넉해 보이는 사장님께 명절 장사 어떠냐고 묻자 “엄마가 직접 만드는 만두라 맛있어요. 우리 집 만두는 만들지 못해서 못 팔아요”라면서도 “명절 장사가 전보다 못하긴 해요. 지금쯤이면 시장 골목에 사람들로 가득 차야 되는데…, 경기가 어렵긴 어려운가 봐요. 국민 모두 힘드니까 이겨내야죠”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입장은 다르지만 사고파는 이들의 경제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주부 이모씨는 “호주머니가 가벼워져도 명절 차례상을 줄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차례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시장을 찾았는데 설을 앞두고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먹고사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보면 시장의 질박함은 날 것의 삶터이지 않을까. 미풍양속도, 정도 사라지는 현대사회이지만, 그럼에도 공동체의 끈끈함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장문화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오후가 깊어지면서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한 주부들의 발길도 계속 됐다. 시장도 다시 왁자해졌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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