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공동체’ 설 명절
‘가족 공동체’ 설 명절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9.01.3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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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편집국장
엄경철 편집국장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다가왔다. 설 명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경향 각지에 사는 친척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것이다. 부모님을 비롯한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조상들에게 차례도 지낸다. 또 새 옷을 입고 풍성한 음식을 먹으며 윷놀이와 널뛰기 같은 즐거운 세시 놀이를 하면서 정을 나눈다. 모두가 새 해를 축복하는 덕담도 나눈다. 이렇게 가족과 함께 화목하고 훈훈한 한 해를 시작하는 정겨운 날이 설날이다.

이런 설은 기성세대들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부분도 있다. 가난하고 힘겨웠던 그때 그 시절의 설은 한없이 정겨웠던 풍경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작금의 명절이 삭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 시절 연줄에 불을 붙여 연을 하늘 높이 날려보내며 묵은해 액운도 함께 실려보냈다. 액운을 태우고 소원을 빌며 새해를 맞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정겨운 설 풍경이다.

정월 초하루, 가족 모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정성스레 차례를 지낸다. 온 가족이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함께 모여 떡국을 먹으며, 덕담을 나눈다. 마을 공터에는 아낙들의 널뛰기로 흥을 돋우고 또 한 켠에선 남정네들이 윷놀이 한 판을 벌인다. 설날 오후가 되면 복을 부르고 풍년을 기원하는 신명나는 풍물놀이가 펼쳐진다. 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깨춤이 절로 난다.

설을 쇠러 고향 가는 길은 또 어땠는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은 인산인해였다. 대형마트가 없었던 그 시절 재래시장은 차례상 차림 준비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설을 한 달이나 앞두고도 명절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다. 미리 사논 설빔을 빨리 입고 싶어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설렘도 대단했다.

그러나 지금의 설은 어떤가.

전통적인 풍속이 사라졌다. 혼잡한 귀성길과 고된 차례상 차리기도 쉽지 않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가족들이 모두 모이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전통적인 풍속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전통적 공동체가 무너지고 윤리적 기준이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생각보다 많다. 설날에 모이지 않는 것과 가족 간의 갈등이 극심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니다.

아주 오래도록 민족의 정신으로 이어왔던 가족공동체 의식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 땅과 우리 몸에 맞게 발전해온 삶의 지혜와 혼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설 명절 풍습을 지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의 소중한 정신을 찾아야 한다. 설날 흩어졌던 가족·친척들이 모처럼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며 한해를 시작하는 그 훈훈함을 되찾아야 한다. 그 자체로 행복한 그 시절의 설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가난하고 부족한 시절이었지만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여 덕담을 나눴던 그때 그 시절의 설 풍경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가족에 예를 갖추고 관계를 중요시했던 옛날의 가치가 새롭게 여겨진다.

이번 설에는 단순히 풍습을 지키려는 목적을 떠나 가족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자는 생각으로 그 시절의 풍경들을 떠올려보자. 기억 속이지만 모든 친척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있는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 옛날의 정성과 정겨움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운 인식의 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도 그만큼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설은 가족 공동체를 생각하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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