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보는 눈, 꽃을 보는 마음은?
자연을 보는 눈, 꽃을 보는 마음은?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1.30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산을 자주 다녔다. 한 때는 분재에 심취해 분재감을 찾으러 산을 헤매기도 하고, 한 때는 춘란에 흠뻑 빠져 일요일마다 전라도 자생지를 찾기도 했다. 이제는 야생화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재에 빠졌을 때는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난에 빠졌을 때는 분재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꽃을 보고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 등 꽃의 구조를 관찰하고 자연을 보고 주변의 식물과의 관계, 서식 환경, 생태적인 위치 등을 관찰한다. 수학자들은 꽃잎의 수에서, 해바라기 씨가 박힌 모양에서 피보나치수열을 찾아낸다.

얼키설키 헝클어져 아등바등 애간장 /뒤죽박죽 뒤범벅 와그르르 시끌벅적/ 삐죽빼죽 까시시 실쭉샐쭉 뾰루퉁/배리배리 배배 휘뚜루마뚜루 꼬였다. // 옹골차게 오달지게 훤칠하게 아담하게/반듯반듯 반주그레 아기자기 새콤달콤/ 땅엣것 누구인들 살고 싶지 않으랴/ 내 잘못은 이 땅에 태어난 것 뿐이다.// 한 가지에 태어나 바람결에 달리 가듯/ 천만사 사는 길 생김새야 어떠랴/ 한 줄기 바람 한 뙈기 햇살 한 모금 빗물/ 푸른 꿈이면 됐지 남의 말 무엇하랴/ (영아자/ 김종태) 꽃말이 `광녀(狂女), 미친년의 춤'이라는 영아지의 꽃을 보지 않고도 꽃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세련된 표현이다.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라고나 할까?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볕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산수유꽃 진 자리/나태주)

시인은 산수유꽃과 대화를 하고 산수유꽃은 햇빛과 산새와 시냇물하고 대화를 한다. 시인은 산수유꽃이 햇빛과 산새와 시냇물하고 대화하는 목소리를 들었고, 꽃이 진 자리에 붉은 열매를 맺고 늦게까지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는 것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해 시로 표현하고 있다. 위 두 편의 시를 보면 시인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뛰어난 관찰력과 자연과 감성적 교감이 없다면 표현할 수 없는 시어들이다.

내가 산나물과 버섯을 찾고 산삼을 찾는 것은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려는 본능의 욕구일 뿐이다. 분재감을 찾아 화분에 심고 변이종의 난을 찾아 기르는 것은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려는 조금 더 진화된 본능이다.

야생화를 찾아 생물학자나 수학자처럼 꽃의 구조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일은 아름다운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에 지적 욕구, 탐구 욕구가 더해진 결과다. 이젠 이런 욕심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다.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꽃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와 감성적인 가슴을 갖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