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종교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27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참 교육
김 훈 일 주임신부 <초중성당>

어떤 여행자가 신성한 산에 사는 친구를 찾아 그 산을 순례하게 되었다. 그 여행자는 이미 이 산행을 위해서 많은 훈련을 했다. 매일 산행을 하면서 체력을 키웠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건강도 살폈다.

그는 떨리는 심정으로 산행을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숨이 찼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가 지쳐 쓰러졌을 때 그 산에 사는 아이를 업은 부인과 등짐을 진 노인이 그를 앞질렀다.

그가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네. 내가 이렇게 오르기 힘든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리 쉽게 오를 수 있는가"

그때 친구가 말하기를 "이보게. 자네는 모든 것을 하나의 경쟁으로 보는 습성을 가졌기 때문일세. 산을 적으로 보고 있고, 자네가 그것을 패배시키려 하고 있다네. 그래서 자연스럽게 산은 되받아 공격하는 것이고, 산은 자네보다 훨씬 강하다네. 우리는 산을 정복되어야 할 적으로서 보지 않는다네. 우리가 산에 오르는 목적은 산과 우리가 하나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고, 그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네. 그래서 산은 친구가 되어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쉽게 오르게 한 것이네."

요즘 우리나라의 교육이 걱정이다.

인간성의 실현이라는 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잃어버리고 실용주의와 자본주의의 논리에 현혹되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과도한 경쟁의 세계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좋은 대학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는 유혹으로 청소년들의 미래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좌절하지만 그들을 돌보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지 못하는 나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성인 중에 성 요한 보스코(St. John Bosco. 1815-1888)라는 분이 계신다.

청소년들을 사랑했고, 그들을 위해서 평생을 헌신했으며, 특히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분이다.

이 요한 보스코 성인의 청소년들을 위한 여러 활동 중에 '예방교육 방법(preventive system)'이라는 것이 있다.

성 요한 보스코의 예방 교육은 악을 사전에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바람직한 인간성 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을 나쁜 습성으로 이끄는 환경과, 악의 유혹을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예방은 친절한 사랑과 적절하고 현명한 충고, 진실을 실천하도록 돕는데 있다고 확신하며 사랑, 이성, 종교를 예방교육 방법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교육 목표는 '예수님을 닮은 사람' 즉 인간적이며, 영적으로 성숙한 전인(全人) 양성이었으며, 그 교육의 영성은 아이들을 사랑하시어 언제든지 기꺼이 받아들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는 것이었다.

요즘 생각해 본다. 우리 아이들을 악으로 유혹하는 나쁜 환경은 무엇인지.

길거리의 오락실, 도박장, 술집, 러브호텔들보다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국회와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더 유해한 환경이다.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언론들과 방송들이 유해한 환경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학교를 설립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착복하고 학생과 선생님들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부 사학재단들이 우리의 청소년들에 유해한 교육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유해한 환경이 우리의 아이들을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 목적 없는 싸움으로 이끌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제는 아이들을 위한, 그들의 미래를 위한 참교육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