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에서 미술관까지
대장간에서 미술관까지
  • 이은하 청주시 문화예술과 주무관
  • 승인 2019.01.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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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은하 청주시 문화예술과 주무관
이은하 청주시 문화예술과 주무관

 

“대장간 열었나요?”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당직을 설 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대장간? 무척 낯선 단어처럼 들린다. 문의문화재단지에는 대장간이 있고, 대장간에는 장인(匠人)이 산다. 민속대장간의 장인은 이병우. 그가 만든 부엌칼은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장인의 부엌칼은 날씨가 좋아야만 손에 쥘 수 있다.

눈·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대장간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대장간이 주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덕분이다.

21세기 도시 홍보의 트렌드는 바이럴 마케팅이다. 네티즌들이 SNS를 활용해 도시의 콘텐츠를 소개하면 대중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 나가는 홍보 효과, 이것을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한다. 정북동토성의 일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것도 바이럴 마케팅 효과라 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에 한국민속촌이 있다면 청주에는 문의문화재단지가 있다.

도심 속 문화 클러스터(cultural cluster)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와 수암골 벽화마을이 있다. 도심 속에 안온하게 자리 잡은 미술관과 수암골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정서를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개관한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이다. 수도권 국립현대미술관과는 다르게 전문가들의 미술품 보존처리 과정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의 기능을 넘어 미술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개관 20여 일 만에 전국에서 2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청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조각 공원도 조성될 예정이라고 하니 시민들의 문화휴식처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이번 주말에는 미술관에서 문화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제빵왕 김탁구'와`카인과 아벨'의 드라마 촬영지, 수암골 벽화마을을 아는가. 가끔씩 나는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우민아트센터에 잠시 들러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걸어서 수암골로 산책을 간다. 오르막길이라 숨이 차긴 하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청주 시가지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6.25전쟁 시 피란민들이 살았던 곳, 지금은 전국의 젊은 남녀들이 석양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언약(言約)의 장소로 유명해졌다. 카페촌을 들러 따뜻한 차 한 잔에 마음을 풀고 벽화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이 멈춰 선 것 같은 착각 속으로 빠져든다. 1970년대 우리의 삶이 저랬을까. 낡은 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 나누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겹다. 전통과 현대가 함께 머무는 곳, 그래서 더욱 소중한 곳. 저 멀리 지는 노을 속으로 벽화마을의 하루도 저물어간다.

대장간에서 시작한 나의 청주 문화유산 답사기는 여기까지이다. 21세기 문화산업의 시작은 클러스터이다. 독자적인 문화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혁신을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명과 개발이라고 정의했을 때, 그 혁신이 어디서 발생하는가를 조사해 보면 소수 지역에 밀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위 클러스터(cluster)라고 불리는 혁신의 요람지는 지역별로 볼 때 매우 귀한 자원이지만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며 많이 만들기도 어렵다. 대장간에서 부엌칼을 만드는 장인을 기억하는가?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청주시의 바이럴 마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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