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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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1.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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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결국은 공무원 증원이었다.

특성화고 활성화 방안도, 청년 일자리 창출 대안도, 실업률 해결도 정부에서 내놓은 답은 공무원을 더 늘리자는 것이었다.

물론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꿈의 직업이 된 지는 오래다.

정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한 창 일할 나이에 명퇴하고, 고용 절벽으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에서 선망의 직업은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이 인기인 이유는 정년 보장과 노후에도 연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최근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교육부는 양질의 고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며 국가직 공무원 지역인재 9급 고졸 채용을 2018년 기준 7.1%에서 2022년 20%로 확대하고, 지방직 공무원 기술계고 경력경쟁임용 인원을 현 20%에서 2022년까지 30%로 각각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자들이 공무원으로 입성하는 길이 넓어졌다. 하지만 직업계고 진학을 기피하고 고졸자들이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방법이 공무원 증원밖에 없었을까?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공무원 증원 카드를 꺼냈다.

오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올해 반영한 예산안 중 4000억원은 중앙·지방직 공무원 3만명을 증원하기 위해 배정됐다.

특히 정부가 올해 증원하기로 한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을 합쳐 3만3000명에 이른다. 지난해(2만7000명)보다 6000명 증가한 수준이고, 1991년(3만5961명)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다퉈 공무원 증원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자마자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되는 현실에 혀를 찼는데 이젠 교육부가 내놓은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으로 고등학교 교실도 공시생으로 넘쳐날 판이다.

최근 도내 모 마이스터고 교사와 통화를 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이 교사는 교육부가 맥은 잡은 듯하지만 공무원 증원에 초점을 맞춘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특성화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취업이 절실한 데 산업체로 입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지금도 대다수 특성화고가 공무원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무원이 되기 위해 특성화고에 입학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은 2017년 기준 1만2145개에 이른다. 공무원이라는 직업도 1만200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직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도 수년째 청년들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이 되는 현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로또와 공무원 시험의 공통점은 서민의 신분상승 통로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9급 공채 시험 평균 경쟁률은 41대1. 매년 200만명 이상이 응시하는 공무원 시험을 위해 수많은 청년은 지금도 서울 노량진과 신림동 고시원에서 책과 씨름을 하고 있다.

공무원 증원이 특성화고의 침체를 막는 묘수가 아님에도 정부의 얄팍한 수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동요될까 우려스럽다.

산업현장의 근로자가 10년을 일해도 대학 졸업장의 위력 앞에서 무릎 꿇는 학벌 지상주의는 외면한 채 나라의 녹을 먹을 사람 수만 늘리느라 애쓰는 현 정부를 보노라면 세금 낼 일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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