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
국회의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1.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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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요즘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주제가 국회 개혁의 전제로 제시되는 국회의원 증원 문제이다.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국회의원을 더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무슨 엉뚱한 얘기냐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유권자라면 이슈가 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이고, 의원 증원을 반대만 하는 것이 합당한 생각인지 찬찬히 살필 필요는 있겠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국회의원(300명)을 뽑을 때 지지하는 후보자와 정당에 각각 한 표씩을 찍는다. 후보자 투표에서 지역구마다 1명씩 253명을 뽑고,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47명을 각 당에 배분한다. 비례대표 의석이 많지 않아 정당득표율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26.74%의 정당득표율을 올려 25.4%인 더불어민주당을 앞섰지만 확보한 의석은 38석으로 민주당의 123석에 크게 뒤졌다. 1등만 뽑는 지역구는 거대 양당이 분점하고, 변변찮은 의석의 비례대표마저 지역구를 휩쓴 정당들이 과반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을 전체 의석 배분의 기준으로 삼는다.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과 결과가 최대한 일치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개혁적이다. A정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올리면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을 보장한다. 만일 A정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15명에 그치면 나머지 15석을 이 정당의 비례대표후보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반대로 지역구 당선자가 35명으로 배분된 의석을 초과하면 비례대표는 배려되지 않는다. 다만 초과된 5석은 인정해준다. 지역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소수 정당들이 실제로 얻은 지지율을 비례대표 의석에서 보장받을 수 있지만 지역구에서 강세를 누리는 유력 정당은 불리해지는 구조다. 거대 양당의 독식구조를 깨고 소수 정당의 힘을 키워 정쟁으로 날을 새는 국회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연동형 비례제를 지난 총선에 적용하면 국민의당은 38석이 아니라 300석의 26.74%인 80석을 차지하게 된다. 강력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제3당으로 떠올랐을 테고, 정치적 위상이 크게 달라져 당의 분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당득표율 7.23%를 기록한 정의당도 22석을 차지해 교섭단체 지위를 누리게 된다. 3·4당이 102석의 파워로 견제기능을 발휘해 민주당과 한국당 중 어느 한 쪽이 딴지를 걸면 국회가 마비돼버리는 양당제의 폐단을 어느 정도 개선했을 것이다.

문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것이다. 정당득표율을 100% 반영하고 그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구 당선자들까지 포용하려면 지역구를 줄이거나 정원을 늘려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정당과 정치인들의 이해가 치열하게 부닥치는 지역구 감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그래서 국회예산 동결을 전제로 한 의원 증원이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임하는 정당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연동제에 적극적인 바른미래·평화·정의당 등 야 3당은 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는 220개로 줄여 비례대표를 110석으로 하자는 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현원 300명을 유지하며 연동제를 하자는 입장이다. 지역구를 200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아예 내놓은 안이 없다. 국민이 반대하는 의원 늘리기는 안된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국민적 지지를 받은 유치원 3법을 무산시킨 정당이 `국민의 뜻'을 고수하는 자체가 넌센스다.

여론을 핑계 삼아 현원 유지를 당론으로 내놓은 민주당도 자신들이 절대 유리한 현 선거방식을 손 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안대로 지역구 53곳을 없앤다는 것은 사생결단의 아수라장이 53곳에서 벌어진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연동제 반대를 공언하다시피 한 한국당이 지역구 조정 협상에 나설 리도 없는 만큼 성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자신들을 `필요악'정도로 취급하는 여론을 방패 삼아 개혁을 거부하는 양당의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증원이라는 부차적 포인트에만 주목해서는 국회의 중병을 고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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