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멸종
공룡의 멸종
  •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 승인 2019.01.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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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권재술 전 한국교원대 총장

 

공룡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어린이들은 얼마나 심심했을까? 하지만 공룡은 6500만년 전에 사라져버린 동물이다. 화석으로만 남아서 자연사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까마득한 과거의 동물이다.

지질 연대는 크게 누대(eon), 대(era), 그리고 기(perod)로 구분한다. 누대는 명왕누대, 시생누대, 원생누대, 현생누대로 나누고, 지구 상의 생명은 현생누대에 와서 비로소 많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현생 누대는 다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뉘고, 그중에서 공룡은 중생대에 살았던 동물이다. 중생대는 다시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구분한다.

공룡은 약 2억 년에 시작된 쥐라기와 약 6천5백만 년 전에 끝난 백악기에 걸쳐서 약 1억5000만 년 동안 지구의 주인으로 군림했던 동물이다. 하지만 화석자료를 분석해 보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백악기를 마지막으로 공룡은 지구 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때 공룡뿐만 아니라 당시의 동물과 식물의 거의 99퍼센트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이 대 멸종 사건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많은 사람은 기후변화에 의한 멸종을 생각했지만, 기후 변화로 이런 갑작스런 멸종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룡은 백악기를 마지막으로 갑자기 멸종됐다는 것이 많은 화석자료가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와 같은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천제 이변과 같은 갑작스런 변화이어야 한다.

그러던 중 지질학자들이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중생대 말기의 백악기와 신생대 초기 사이의 지층(이 지층을 K-T경계층이라고 한다.)에서 이리듐이 기대치 이상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리듐은 지구 표면에서는 매우 희귀한 원소이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리듐은 지구에서는 희귀하지만 소행성이나 운석에서는 많이 함유된 원소다. 그래서 대두한 것이 소위 공룡멸종의 운석충돌 가설인 것이다.

이 충돌 가설을 입증하는 지질학적인 증거도 발견됐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해안에 있는 분화구인데 직경이 200킬로미터에 달한다. 방사능 연대 측정에 의하면 이 분화구가 생긴 연대가 백악기 말과 일치한다. 물론, 이런 지질학적 증거가 있다고 해서 공룡멸종이 바로 운석 충돌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매우 그럴듯한 가설이긴 하다.

생각해 보라. 직경이 10㎣가 넘는 소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강타했을 때의 상황을. 이것은 1억 개가 넘는 수소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과 맞먹는 폭발이라고 한다. 엄청난 지진과 해일과 화염이 지구를 뒤덮었을 것이다. 충격으로 날아 올라간 화염 덩어리들은 대기권 밖으로까지 치솟았다가 지구 전역에 떨어졌을 것이다. 전 지구에 불덩어리가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지옥이 따로 없는 광경이 벌어졌을 것이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수많은 생명은 거의 즉시에 사라졌을 것이고,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도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불덩어리로 지상은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그다음, 하늘은 먼지와 연기로 가득 차고 태양광은 차단돼 최소한 상당기간 식물은 광합성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충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심한 온실효과를 가져와 전 지구적인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충돌 직후의 불바다와 이어지는 혹독한 겨울, 그리고 곧이어 뜨거운 여름, 쏟아지는 강한 산성비,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 살아남을 동물이 얼마겠으며 식물조차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가장 먼저 대형동물이 멸종되었을 것이다. 남아 있는 것은 땅속에 사는 몇몇 포유류, 바다 속의 어류 정도가 아니었을까? 대형 초식동물인 공룡은 이 중에서 가장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공룡멸종이 아니다. 소행성의 충돌은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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