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한 살
내 나이 한 살
  • 박사윤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 승인 2019.01.23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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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한국어강사

 

법원 앞이다. 차 안에서 내리지 못하고 30분째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2년간 고민했는데 오늘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차에서 내렸다. 업무 마감 시간 30분을 남겨놓고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빠진 서류가 있다며 시청을 두 번이나 다시 다녀오란다. 시간에 쫓겨 헐레벌떡 들어가니 이번에는 은행에 가서 수입인지 값을 치르란다. 뛰다시피 달려갔다 오니 업무 마감 3분 전이다. 가까스로 서류 접수가 끝났다.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게 없다.

친구에게 법원에 왔다고 문자를 보냈다. 친구가 깜짝 놀라며 왜 법원에 갔느냐고 난리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법원에 갈 일이 거의 없으니 놀라는 건 당연하다.

“무슨 일로?”

개명 신청하고 왔다는 내 대답에 한숨을 놓는 듯하다. 보통 다 그렇게 생각할 거다. 허기야, 법원이란 곳은 좋은 일로 가는 곳은 아니니 놀랠 수밖에 없다. 이제껏 잘 살았는데 왜 그 나이에 이름을 바꾸느냐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 역시도 쉽게 결정할 수 없었기에 2년째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단 한 번도 쉬어 본 일이 없다. 보통 여자들처럼 누구 엄마, 누구 아내보다는 내 이름으로 불리며 살았다. 사회생활 하는 나였기에 내 이름을 걸고 행했던 모든 일,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아왔던 나날들을 되짚어 보니 아쉽기도 하고 아깝기도 했다. 그런데 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나를 돌아보고 싶어서였다.

반세기를 사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기쁘고 좋았던 순간들도 많았음을 인정한다.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고 달라지고 싶은데 마음먹기란 쉽지 않았다.

언젠가 읽었던 책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한 젊은이가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말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그래야 세상이 바뀝니다.”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한평생을 바쳤다.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세상 사람들이 변하지 않음을 한탄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어린 손자가 말했다. “할아버지가 먼저 바뀌면 쉬울 텐데. 왜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셨어요?”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 자신을 바꿔야 다른 사람도 바뀐다는 사실을~

그렇다.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바꾸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 하거나 바뀌길 바란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더더욱 바뀌지 않는데 말이다.

내 삶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변화하려 했지만 쉽게 주저앉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나 자신에게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큰 결심을 했다. 그동안의 직책, 직함, 이름 등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이제 새로운 첫발을 내딛으려 한다.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한 살부터 다시 시작하련다.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나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앞선다. 나 스스로 묻는다. 그동안의 부귀영화를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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