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맛
권력의 맛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1.22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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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힘은 가진 것일까? 갖는 것일까?

권력은 제대로 사용하면 득(得)이 되지만 휘두르면 독(毒)이 된다.

그래서 권력을 누군가는 천사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악마라고 부른다.

최근 우리는 권력의 민 낯을 자주 목격한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전북본부 전·현직 간부들이 직위를 이용해 싼값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어 차명으로 운영하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주지검 형사1부는 태양광 발전 뇌물비리와 관련해 한전 전 본부장 A씨 등 4명을 구속기소, 9명을 불구속기소 하는 등 전·현직 임직원 13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 등 한전 간부들은 태양광발전소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또 편의제공 대가로 업체관계자로부터 뇌물(공사비용 할인)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전 취업규칙 및 행동강령에는 한전의 허가 없이 직원들은 자기사업을 영위할 수 없고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자신의 아내와 자녀 등 가족 명의로 적게는 1기, 많게는 4기까지 태양광발전소를 차명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업체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공사대금을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할인받는 수법으로 뇌물을 챙겼다.

검찰 수사에 적발된 한전 임직원이 가족 명의로 차명 보유한 태양광발전소는 120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게 태양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다.

한전은 청년들이 꿈을 꾸어도 들어가기 어려운 직장이다. 그러나 전·현직 간부들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태양광 업자들과 짜고 사익을 위해 양심을 팔았고 권력의 노리개로 전락했다.

연일 방송에서 자신의 당당함을 호소하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떠한가.

손 의원은 목포 구시가지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친척·지인들을 동원해 20여채의 건물을 사들여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뜻밖에 국민 고모로 등극했다.

손 의원이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40대 조카는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살만한 능력이 안됐다”며 “경리단길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던 친구인데 그 친구가 굉장히 고달프게 살고 있어서 제가 그런 제안(주택 구입)을 했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런 내용이 전해지면서 SNS에는 “손혜원 조카가 되고 싶다. 진짜 좋은 고모야”,“손혜원은 국회의원을 하지 말고 우리 고모를 했어야”,“나도 손혜원 같은 고모 두고 싶다”등등 고모 타령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유지하고, 햇볕조차 들지 않는 성냥갑만한 고시원에서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전국의 취준생들에게 손 의원은 갖고 싶은 고모(?)로 이름을 올리기에 충분하다.

목포를 사랑했을 뿐이고,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또한 참으로 좋은 사람이라 국립중앙박물관에 유물보존 전문가인 학예연구사를 추천했을 뿐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에게 권력은 누리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는 모양이다.

국회의원 배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을 삼으라고 국민이 달아 준 게 아니다. 학생의 미래, 청년의 꿈, 지역민의 일터를 지키라고 건네준 권력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가수 안치환씨가 `권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발표한 직후 한 인터뷰에서 “권력은 굉장히 귀하다. 누가 이걸 쓰느냐에 따라 천하고 넌더리나는 걸로 변한다. 인간을 복되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라고 말했던 속내를 깨닫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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