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어찌 쇠나”
“설 명절 어찌 쇠나”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1.21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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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50.8% 자금난 … 56.3% `인건비 탓 상여금 못줘'
근로자 얇아진 지갑 … “씀씀이는 많아지는데” 한숨만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 명절 준비 언감생심
주휴수당 문제로 근무 쪼개기 … 알바생들 수입 반토막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설 명절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곳곳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씀씀이는 많아졌는데 자금이 달린다는 하소연이다.

기업체는 기업체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힘들다는 푸념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는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상여금 등의 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아우성이고 일부 근로자들은 상여금을 받지 못해 명절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인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안착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코 앞에 닥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중소기업주나 자영업자, 일부 근로자들은 당장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2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설 명절을 앞두고 중소기업 858곳을 상대로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소기업 절반 이상(50.8%)이 `자금사정 곤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보다 3%포인트(p)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자금사정이 원활하다고 답한 곳은 9.5%에 그쳤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원인은 `인건비 상승'이 56.3%로 가장 많았다.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 여파를 중소기업들이 크게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 조사결과다.

이와함께 △판매부진(47.5%) △원부자재 가격상승(26.9%) △판매대금 회수 지연(22.7%) △납품대금 단가 동결·인하(17.1%) △금융기관 이용곤란(10.6%) 등도 주요 영향으로 꼽혔다.

이 같은 자금사정 불안은 설 상여금 지급 불가로 이어진다. 설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다'고 답한 업체는 지난해보다 4.2%p 줄어든 51.9%에 불과했다. 특히 상여금 `확대지급' 계획을 밝힌 업체는 1.2%뿐이었으며 41%는 `전년 수준 지급'을, 9.7%는 `축소 지급'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에 5일 모두 쉴 계획이라고 답한 중소기업은 79.8%에 달했다. 이 밖에 `4일 휴무'는 11.4%, `3일 휴무'는 5.2%로 각각 집계됐다.

설 자금난에 대해 `대책이 없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10곳 중 3곳(27.9%)에 달했다. 응답기업 대부분이 매출액 기준 10억원 미만 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산업단지 한 중소기업 사장은 “설 자금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빠졌는데 판매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원인이다”면서 “이번 설에는 상여금 지급은 어려울 것 같고 선물세트로 대신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청주에 사는 주부 정모씨는 새해 들어 평일 오전에 근무하던 병원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주 5일 일하던 것을 2~3일만 일해 달라는 병원측의 권유에 의해서다.

주 근무 시간이 15시간을 넘으면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 까닭에 이른바 `근무 쪼개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건비 부담으로 편의점, PC방, 학원 등 전 업종에서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정씨 같은 주부들의 수입은 끊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번 설 명절을 보내기가 버거워진다.

청주시 용암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PC방이 늘어나 매출은 줄어드는데 24시간 영업을 하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하지만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래저래 이번 설 은 풍성한 명절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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