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에 대한 욕망
학벌에 대한 욕망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1.15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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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종합편성채널 JTBC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에서 자식을 최상위로 키우고 싶어 명문대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드라마는 현재 10대~40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 줄 알았는데 `스카이 캐슬'의 인기요인은 너무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자녀의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 수십억 원의 입시 코디를 찾고,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학생회장 선거 계획도 짜주고, 학업 스트레스로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친 자녀 대신 부모가 값을 치러주고, 부모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가짜 하버드 대학생 행세를 하는 장면이 현실적인 이야기라니 놀랄 따름이다.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다 모아놓으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서진(염정아) 같은 캐릭터보다 훨씬 더 거대하지 않을까 싶다”며 “`스카이 캐슬'이 얼마나 현실적인가 여부를 따지기 전에 부모의 욕망이 얼마나 극악한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명문대 교수 차기준은 아들을 향해 피라미드 이론을 들이대며 “피라미드의 밑바닥에서는 짓눌리고 정상에서는 누릴 수 있어. 피라미드의 어디에 있느냐가 그래서 중요한 거야”라며 친구와의 경쟁을 부추긴다. 하지만 아들은“지구는 둥근데, 왜 세상이 피라미드냐고”항변하지만 소용없다.

우리는 수없이 듣고 자랐다. 지구는 둥글고 직업에도 귀천이 없다고. 그러나 현실에서는 직업에 귀천은 없어도 사람의 귀천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유한킴벌리가 나라별 아이의 기저귀 떼는 시기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1위였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평균 생후 23개월이면 기저귀를 떼는 반면 미국은 27개월, 프랑스는 29개월, 호주와 영국은 각각 31개월 순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아이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지적 능력이 월등하거나 성장 속도가 빨라서 기저귀를 일찍 떼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이유는 한국 부모들의 조급증이 아이들 배변 훈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명문대 졸업장이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하는 사회에서 입시에 대한 부모들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4일 교육부가 공개한 감사 결과는 부모들의 입시 욕망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전남 동신대에 입학한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전 멤버 4명은 방송활동으로 수업에 제대로 출석할 수 없었지만 대학 측은 출석을 인정해주고 졸업장을 줬다. 교육부는 이들을 포함해 연예인 학생 총 7명과 비슷한 특혜를 받은 김상돈 의왕시장 등의 학위와 학점을 취소하고 관련 교원들을 징계토록 했다. 또한 부산경상대는 지난 3년간 무려 301명을 부정입학시키고 학사관리도 엉망으로 한 사실이 적발돼 총장 파면 요구와 함께 내년도 입학정원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다.

청소년들의 우상인 연예인들이 부정행위로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고, 학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학 총장과 수십 명의 교직원들이 지식의 상아탑에 버젓이 앉아있는데 자녀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부모들을 향해 누가 손가락질하겠는가?

최근 교육부는 국민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며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을 본격 가동했다. 그러나 교육의 목적이 명문대 입학인 세상에서 회복할 신뢰가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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