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려나 서점
있으려나 서점
  • 하은아 진천도서관 사서
  • 승인 2019.01.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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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도서관 사서

 

요즘 책을 통 읽지 못한다. 새해가 시작될 때 항상 하던 다짐이 `이번 해에는 책 50권을 읽겠다.' 또는 `책 100권을 읽겠다.'였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다.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서 나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니 장편이나 대하소설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 잘못 살고 있다고 혼나는 것 같은 육아서나 자기계발서는 더더욱 손에 들지 않는다. 내 마음은 편하고 싶은 나름의 꼼수를 쓰는 것이다.

도서관 자료실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새로운 책이 무엇이 있나 하고 둘러보는 것이다. 요즘 어떤 책들이 나오고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는지 훑어본다. 나름의 트랜드를 읽고 싶은 직업병이다. 서가를 유심히 보다가 `있으려나 서점'(요시타케 신스케 저, 고향옥 역, 2018, 온다) 책을 발견했다. 독립 서점들이 유행하고 있으니 그런류의 서점 기행기인가 싶었다. 일본의 서점을 소개해놨으면, 다음 여행에 찾아가볼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내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야말로 손님이 있으려나 하고 생각한 책이 모여 있고 서비스가 모두 이루어지는 그런 서점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책들에 책의 커버를 다른 것으로 만들어주거나, 두 사람이 꼭 같이 읽을 수 있는 책, 달빛 아래서만 읽을 수 있는 책 등 서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었다.

읽는 내내 머리가 반짝이는 기분이 들었다. 찾아보면 그런 서점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기상천외한 서비스를 만들 생각에 웃음이 비죽비죽 나왔다.

우리 집에서 가장 흔하게 발에 치이는 것은 책과 아이들 장난감이다. 아이들 책이 늘어남에 따라 나와 남편의 책은 줄어든다. 책을 엄선해서 나만의 서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속 가지고 있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이런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책 이별 플래너'이다. 책과 만나는 방법만 잘 알았지 어떻게 이별하는지 몰랐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고 학창시절 선생님께서 말했다. 새 학년이 되면 작성하는 학생 조사서 취미 항목에 기계적으로 `독서'라고 적던 나에게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덧붙여 설명하셨다. 독서는 평생 꼭 해야 하는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취미일 수 없다고 말이다. 어린 나는 취미를 하나 만들어야 하는 거냐며 투덜거렸다. 나는 그때부터 책을 모았다. 누구는 우표를 모으고, 세계 동전을 모으듯 책을 모았다. 이젠 있으려나 서점에 가서 책 이별 플래너를 만나야겠다. 책과 이별하는 방법을 배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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