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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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옥 수필가
  • 승인 2019.01.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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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최승옥 수필가
최승옥 수필가

 

희뿌연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쏟아질 것만 같다. 흐릿한 날씨 때문인가 내 마음은 요즘 꽁꽁 얼어 있다. 실은 아들이 입대한 지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이 일 관계로 만난 지인 부부는 며칠 전 우리가 안 돼 보였던지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인생의 선배로서 같은 아들을 둔 부모 마음이 어떤지 훤히 그려진다며 초조할 것 같아 불렀다고 했다.

아들은 지난달에 입대했었다. 부대에서는 알레르기 피부 증상 때문에 돌려보낸다고 했지만 뭔가 큰 사고가 난 줄 알고 가슴이 뛰고 정신이 혼미했다. 필시 부대에 적응을 못 하거나, 평소 즐겼던 컴퓨터 게임이 그리워, 아님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거라 여겼다. 아들을 만나기 전까지 못된 상상이 겹겹으로 늘어나면서 어지러웠다.

그런데 아들을 보는 순간 안쓰러움으로 바뀌었다. 온몸이 두드러기로 부어올라 있었다. 부대에서는 연휴가 끼어 있는 데다 어차피 교육도 없어 일단 귀가시킨다고 했지만, 어미가 잘못 먹이고 뒷받침을 못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지인은 친구의 아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군 생활을 하는 녀석은 매달 부모한테 용돈을 요청했다고 한다. 해서 매달 오십만 원씩을 보내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대에서 제공해주는 밥이 입에 맞지 않아 간식을 사 먹는 데 쓴다는 것이었다. 물론 요즘은 군 생활이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들 하나라고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다 보니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더 걱정이라고 한다. 지인은 우리 아들에게 군대에 갔다 오면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선배들한테 들은 적 있는지 물었다.

아들은 군대 다녀온 선배들은 하나같이 철이 든다고 했다. 지인은 부대라는 곳은 여태껏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친구랑 사이좋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헤어지는 곳이 아닐뿐더러, 본인 스스로 몸을 단련하여 나라를 지키는 의무가 있다고 조언을 해 준다. 또 군대에서의 큰 배움은 인내와 화합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들을 보며 우리 부부는 생각에 잠겼다. 평소 컴퓨터 앞에 있기를 좋아한 아들은 힘든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취미생활로라도 체력단련에 좋은 운동 한 가지쯤 갖도록 이끌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던 남편은 아들에게 일렀다. 혹시 군 생활 중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부모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행동을 하라며 당부를 한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이기적인 면이 많다. 그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거나 본인이 싫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특징이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듯 병역을 피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찾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런 그들과는 달리 다시 군으로 입대하겠다는 아들을 보니 대견하기만 하다. 자신을 단련해보려는 의지가 내심 반갑다.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알레르기는 다시 일어날 여지가 많다며, 이왕지사 집에 왔으니 그냥 현역 보내지 말고 진단서 제출해서 공익근무 요청을 하라고 한다.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지만 그럴 생각도 없다. 내 아들은 남자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야 면역력도 체력도 향상될 테고 진짜 사나이로 거듭날 것이다. 무쇠도 두드려야 좋은 연장이 되듯 힘든 일일수록 부딪히고 상처가 나더라도 그 순간을 이겨내야 단단해진다는 것을 안다. 며칠 후면 다시 입대를 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안한 것을 숨길 수가 없다. 하지만, 한겨울 눈밭에서 구르고 넘어지는 훈련을 받다 보면 이전과는 다른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진짜 사나이 내 아들, 힘내거라! 어미가 응원 하마.” 나는 벌써 아들의 첫 휴가를 상상하고 있다. 멋지고 늠름한 사나이, 진짜 사나이가 되어 인사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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