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이 된 예술강사
탁구공이 된 예술강사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1.14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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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21세기는 문화예술산업시대라고 일컫는다. 공장의 기계가 재화를 만들어내던 산업사회에서 창조적인 생각이 재화가 되는 시대로 전환되면서 문화예술은 지자체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찬밥 신세였던 문화예술이 앞다퉈 관심 대상이 된 이유는 자본이다. 문화예술이 돈이 되다 보니 지자체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이 분야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적 성장과 별도로 속을 들여다보면 초라하다. 이슈나 관심도에서 문화예술은 경제와 사회와 정치의 뒤에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적 인식도 높아졌지만,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타 분야보다 역부족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생존과 직결되던 시대에는 예술이 사치로 받아들였지만, 지자체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지금도 예술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충북의 예술강사들이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 민간위탁에 반대하며 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지만 남의 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대형 행사 위주에만 관심이 쏠릴 뿐, 예술인에 대한 관심은 바닥 수준이다.

충북학교예술강사협의체는 지난 3일부터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 민간위탁에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충북문화재단이 운영해왔던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을 민간 위탁 운영 쪽으로 가닥을 잡자 예술강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충북도가 충북문화재단에서 진행한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을 민간위탁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예술강사 고용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예술강사들은 반대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민간위탁 문제가 고용의 문제로 불거지면서 10개월 단위 기간제 계약직인 학교예술강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도 대두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단기계약직의 문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충북문화재단이 이 사업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려는 배경에는 고용의 문제가 걸려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전환 방침이 시행되면서 재단에서 진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30여 명이 넘는 예술강사의 고용을 담보할 수 없다 보니 고용에서 자유로운 사단법인으로 이관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단의 입장이다.

충북의 예술강사들이 민간위탁을 반대하고 있지만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이 중앙정부의 사업이다 보니 대상이 모호한 상황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의 민간위탁 문제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2000년부터 국악예술강사 파견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민간에서 운영하며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일부 특정인 위주의 예술강사 파견, 민간위탁에 따른 운영비 지출 등은 공공성이나 투명성에서 불신만 키웠다.

또 사업 주관처가 달라지면서 탁구공처럼 왔다갔다하는 신세로 전락하다가 이제 겨우 충북문화재단에 안착했다. 또다시 민간위탁으로 전환한다면 예술강사들의 사기는 물론, 학교 교육을 맡은 강사로서의 신뢰도 담보하기 어렵다. 예술강사들 역시 어려운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의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이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결국 사람이다. 경제논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 도는 문화예술을 내세우면서 예술인을 외면하는 모양새를 보여줘선 안 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논의할 때 충북의 문화예술 꽃도 아름답게 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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