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자와 애플
김연자와 애플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9.01.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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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트로트 가수 김연자가 부르는 노래 `아모르 파티'가 지난해 대학가 축제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군요. 노래 제목의 `파티'가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긴다는 `파티(party)'는 아닙니다.

노래를 들어보니 일정하게 반복되는 데서 나타나는 율동적인 느낌인 리듬감도 흥미롭지만, 가사가 만들어내는 공감의 힘도 큰 듯합니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누구나 빈손으로와/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세상에 뿌리며 살지/자신에게 실망하지 마/모든 걸 잘할 순 없어/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인생이란 붓을 들고서/무엇을 그려야 할지/고민하고 방황하던/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사랑도 지나갔지만/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슬펐던 행복이여/나이는 숫자 마음이/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아모르 파티 아모르파티”

가사가 현실의 삶과 그리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까닭은 작사가 이건우가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말의 현재적 의미를 잘 살렸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모든 걸 잘할 순 없어/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와 같은 부분은 인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로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으로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던 `아모르 파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군요.

머리 아프게 운명론(運命論)과 회의론(懷疑論)을 구분하려는 뜻까지는 없습니다만, 이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 `운명'이란 말을 `인생'을 가리키는 다른 말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죠. 그렇다면 `아모르 파티'는 인생을 사랑하라, 즉 아무리 힘들더라도 인생을 뜨겁게 껴안고 내치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겠군요. 어디선가 밝혔던 “제 인생의 찬가(讚歌)이지만, 모든 여러분들 인생의 응원가(應援歌)가 됐으면” 한다는 김연자의 바람도 그런 뜻이겠지요.

애플(Apple)이 애니메이션 광고로 내놓은 겨울 스토리 `남다름을 마음껏 선물하세요'가 또 하나의 `아모르 파티'처럼 들린다고 말하면 지나친 억측(臆測)이 될까 모르겠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봐/세상은 보기 나름 아닐까/대화를 나눌 때면 넌 언제나 다정하지/하지만 네가 골똘히 조용할 때가 난 좋아/눈앞의 빈 종이 한 장/뭔가 근사하게 채울 수 있을까/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해보기 전까지는 모르잖아/조용히 담고만 있지 않아도 돼/알아, 긴장도 되겠지/그래도 날 믿어봐, 보람 있을 거야/감췄던 맘속 모든 걸 보여준다는 건/감추지 마/말하기엔 부끄럽지만/계속 꿋꿋하기를/숨어있지 말고/세상에 널 보여줘”

애플의 겨울 스토리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에다가 팬시(fancy)의 요소를 더한 것 같다는 혼자만의 즐거운 해석에도 빠져봅니다.

올해 2월까지는 보게 될 `광화문글판 2018 겨울편'은 또 어떤가요.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로버트 포레스트,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멈춰 서서'중) 이것 또한 `아모르 파티'의 냄새가 커피향처럼 진하게 느껴지는군요.

어떤 분은 김연자가 부르는 `아모르 파티'를 들으면서 2002년에 `봄여름가을겨울'이 불렀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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